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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갓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1.

신이 떠난 신의 도시에는 생존을 위해 폭력을 내면화 해야 했던 신의 아이들이 있었다. 이 빈민가는 순진하고 어리숙한 시절을 거쳐 점차 스스로의 시스템을 만들어갔고, 이유가 있었던 아이들은 어느 덧 이유를 잃어버린 채 폭력 그 자체로 성장한다.

 

 

 



창백하게 빛나는 마천루가 바로 코앞에 들어선 후에도,

단층 짜리 누런 흙집의 미로 속에 아이들은, 여전히, 맨발로,

더러운 진창을 뛰어다닌다. 한 손에는 총을 든 채로.

 

 

2.

간만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본 영화다. 감각적인 촬영과 편집은 물론이고, 30년에 걸친 대서사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이야기를 구성해 내는데 그 많은 캐릭터가 저마다 생생하게 살아 있다. 공간의 매력, 인물의 매력, 적당한 유머와 적당한 음악.

 

이 영화의 스타일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고 한다. 감각적이다 못해 자극적이니까 그럴 만도 하다. 삶이 곧 죽음의 수렁인 이들의 현실을 그런 방식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때, 폭력은 단지 하나의 이미지적 쾌락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한 것은 아닌가. 나는 그 중의 하나일 뿐인가.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그러한 위험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지만, 아주 교묘하게 혹은 위태롭게 피해가고 있는 듯하다. 내부자이면서 외부로의 탈출을 간절히 꿈꾸는 소년의 입을 빌어 슬럼가의 생리를 성실하게 살피며, 그 역사를 섬세한 결까지 놓치지 않고 드러낸 점이 유효했던 것 같다.

 

3.

"문제를 아는 것과 그에 대한 감정이입이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는 페르난도 메어렐레스 감독의 지론에 나도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말그대로 이는 '첫걸음'일 뿐 부족하고 부족하다. 스타일도 마찬가지. 이것은 아직 여물지 않은 나의 고민.

 

4.

브라질 최대의 슬럼가라는 시티 오브 갓은, 60년대 초반 도시 빈민과 이주자들을 시야에서 없애기 위해 조성한 '계획' 빈민도시라고 한다. 영화에서 보여진 파국보다도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고 한다. 슬퍼졌다. 빼앗긴 자들은 극악한 자들로 변해 갔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자들은 원색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 누군가의 안위를 위해 인간성마저 저당잡힌 이들은 서로를 죽이며 빈민가의 어두운 골목을 맴돌고 있을 뿐이라니.

 

5.

혁명이 일어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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