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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증후군 + 양구 여행

나에겐 새학기 증후군이 있다. 이제 대학을 졸업한 지도 몇 년이나 지났으니 새해 증후군이라고 고쳐 말해야 할까. 방학이 끝날 때마다 겪던 증상이지만, 이젠 세밑마다 겪으니 그리 말하는 게 옳겠다. 주요 증상은, 며칠 간은 잘 지내온 지난 날마저도 후회하며 우울해 하다가, 다음 며칠 간은 조금 붕 뜬 상태에서 빙싯거리며 잠 못 들 정도로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이요, 주요 행동양태는 조증일 때마다 근거없는 기대감에 부풀어 실행하지도 못할 계획들을 주~~~~~욱 늘어놓느라 컴퓨터 자판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다.

 

한 이틀 새 우울함에 흐느적댔는데.. 오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고픈 일들이 떠올라 결국 1시간 전에 껐던 불을 켜고 말다니, 영락없는 새해 증후군이다.

 

종종 찾아가는 꼬주 아저씨의 블로그를 보니 '과다의욕-의욕상실-과대망상-극도좌절'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간단다. 난 며칠 간격으로 몇 주간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망상기와 좌절기에는 늘 허기가 진다. 한 3일 전부터 김치볶음밥을 2인분 씩 해 놓고, 끼니당 1인분 반씩 먹어치우고 있다. 그러니까 한 끼니에 1인 분 반을 먹고 반을 남겨두고, 다음 끼니에 양이 모자라 2인분을 다시 하고 1인분을 남기는 식이다. 무식하다.

 

잠도 안 오고, 일어난 김에 양구 여행 사진이나.. 지난 주에는 양구에 다녀왔다. 목적은



수동 카메라 시험만 하다 왔다. (멀찍이 앉아 있는 박수근 선생.)


 

 

미술관은 건물부터가 예술이다. 아래쪽에 창을 낸 센스. 회랑 가운데엔 커다란 유리를 해 달아 바깥 풍경을 볼 수가 있다. 잠수함에 들어온 느낌 같이.


 

소박한 양구군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박수근 미술관은, 시골풍경-강원도 사투리 쓰는 아주머니 직원-시종일관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처럼 뭔가 어울리지 않는, 생뚱맞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미술관 내 공간들만큼은 너무 멋지고 맘에 들어서 추운 날씨에도 방방대며 뛰어다녔다.


 

친구의 자동플래시가 터지는 바람에 옷이 하얗게 날아서 기괴한 사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더 좋은.


 

이 사진의 포인트는 보일락말락한 저 달이다. 파란 하늘과 하얀 달점. 안녕, 벌써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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