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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에이전트 / 톰 맥카시




우리가 친구가 될 줄 어떻게 알았을까..

핀과.. 올리비아와.. 조도 그랬다.

 

번잡한 사람들의 시선이 살아오는 내내 피곤했을 핀의 유일한 위안은 책과 기차였고.... 아이를 잃고 혼자 숨어 사는 올리비아에게 보통 사람들과의 소통이란, 그것이 아무리 선의에서 비롯하였더라도, 편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조. 수다스럽고 유쾌한 이탈리아 청년. 편찮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커피와 핫도그를 팔며 한시도 손에서 핸드폰을 떼어놓지 않는...

 

그렇게 그들은 다르거나, .. 차라리 결여를 친구로 여기거나... 물론 조는 논외. ^^

애초에 세상과의 소통이 불가능한 공간을 선택했다는 것부터.....

핀이나 올리비아는 친구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역사에 살게 된 핀과 역앞에서 핫도그를 파는 조와 조의 핫도그트럭에서 커피를 사마시는 올리비아. 그들은 서서히 연결되기 시작하여, 때로는 귀찮음을 견뎌내면서, 서로를 채워주는 관계가 되어간다. 왜 역에 사냐는 질문에 '조랑 같이 살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핀의 변화는 얼마나 뭉클한가. 책을 읽기 시작하는 조, 핀을 위해 책을 빌려다주는 올리비아, 핀의 철로 산책에 함께 하는 조, 기차 찍을 카메라를 선물하는 올리비아, 기차를 찍는 핀과 조, 그 필름을 함께 보는 핀과 조와 올리비아.

 

우정은 대체로 공기와 같고, 더러는 감동이었다가, 때때로 곤혹스러움이 된다. 참 어울리지 않던 셋이 친구가 되고, 그러다가 몇몇 사건들로 - 애초의 다름으로부터 기인하는 - 인해 소원해졌다가, 다시, 나란히 모여 앉는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모여 앉았을 때 관계의 깊이란 그 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

 

그 셋이 친구란 설정이 참 좋았다. 핀과 올리비아의 상처가 언뜻언뜻 드러나기만 하는 것도 좋았는데, 극의 중반 이후 그들 각자의 아픔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관계에 균열이 일고... 하는 것이 그닥.... 각자의 이야기는 설핏 떠오르기만 하고, 그들의 현재가 중심에 있기를 바랬는데.. 핀의 분노와 극의 맥락은 이해하지만, 술집에서 그가 폭발하고마는 장면은 연출도 별로였고 연기는 부담되고 참 싫었다.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참 부담스럽고 피곤하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별 생각없이 하다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기도 한다. 자꾸 조건이 생기고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뭘 어떻게 해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고마는 일들이 생긴다. 내가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좋겠건만, 불행히도 나는 관계에 미숙한 사람이다. 요즘 같아선 하루하루가 살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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