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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 데이빗 구겐하임

아주 오랜 기간에 거쳐 진행되는 느린 변화들은,

순식간에 벌어지는 변화와 마찬가지로,

과정에 대한 인지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어온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처럼 받아들이기 마련이어서.... 주민등록증이 그렇고, 빙하가 녹는 이미지는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그게 당연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에 대해 수업시간에 들었다 한들, 가르치는 선생도, 배우는 학생도, 그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지 못 한다. 유난한 태풍과 무더위 같은 건, 원인과 결과가 이어지지 않은 채, 그저 이야기될 뿐이다.

 

앨 고어가 인용한 윈스턴 처칠의 말은, 섬뜩하리만치 핵심을 가른다.

바로, 미봉책의 시대는 끝나고, 이제 우리는 결과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절벽 끝에 서 있고, 이제는 떨어지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도 난다.

 

지구 온난화의 위협, 광우병의 위협, 환경호르몬의 위협,

이 모든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고, 그것의 결과는 인간 뿐만 아니라 동식물을 포함한 지구 환경 모두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 얼음덩이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북극곰들이, 빙하가 녹는 바람에 수영하다 지쳐 익사하는 얘기는 정말 슬프지 않은가. 새만금의 조개와 새들도. 매일매일 일어나는 로드킬도.

 

영화에는, 앨 고어와 조지 부시가 맞붙었던 대통령 선거 장면도 보여준다. 그러고 보니 기억난다. 선거 조작이 있었다는 내용의 스파이크 리 감독의 단편 하며, 조지 부시는 두 번이나 선거를 훔쳐서 당선된 자라는 리처드 스톨만의 이야기하며... 법원의 결정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마지막 결과를 인정한다던 앨 고어는, 그 당시를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회고했다.

 

... 그는 매우 솜씨좋은 강연자로 보인다. 아마 수백 번은 족히, 같은 내용을 반복했을 듯 싶다. 그것이 얼마나 절망스러운 상황인지 그는 자기 입으로 말한다. 요즘 한창 광우병 이슈로 바쁜 박상표 편집국장이나 홍하일 대표, 그리고 의회에서 공식적인 발언자 역할을 하는 강기갑, 심상정 의원 등을 떠올려본다. 어쩌다 여러 차례 광우병 관련 토론회니 기자회견이니를 촬영하게 되었는데, 나오는 얘기는 거개가 똑같다. 복잡한 생각이 든다. 대중적이지 못한 수많은 이슈에 대해, 먼저 알게된 어떤 이들은 앨 고어 못지않게 그런 좌절 속에서도 또다시 사람들 앞에 나서고 있을 거다. 결코 지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훗. 그런 측면에서, 조회수가 안 나와도 우리 기자들 힘내얄텐데...

 

이런 강연을 적어도 천 번은 했을 거란다. ^^;;

 

아무튼, 그의 진심과 열의와 노력까지는 알겠는데, 미국인 청중을 독려시키는 '그' 방식이라니. 게다가 '이' 민주주의 안에서 정치적 선택을 통한 문제의 해결을 말하는데, 그건 반쪽짜리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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