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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6/02/23

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2/23
    그 날도 눈이 많이 왔다고 하죠.(1)
    Tori~
  2. 2006/02/23
    자거라, 네 슬픔아 - 신경숙
    Tori~

그 날도 눈이 많이 왔다고 하죠.

인권잡지 '사람' 의 '흔적담기' 에 올라가려하다가, 탈락된 사진과 글...TT;;;

아쉽지만 데뷔는 담에 해야겠구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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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한 달 동안의 휴가기간 중 4박 5일을
도보로 100킬로를 걸어보겠다며
제 자신에게 다짐을 하였습니다. 제천에서 단양까지
29.5킬로를 시점으로 하여 걷기 시작했어요.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내 체력과 내 자신만을 믿으면 될 것 같았던 도보여행이
오히려 눈이 빽빽이 쌓여있거나, 막 녹기 시작하여 미끄러운 갓길을
어떻게 걷느냐에 모든 신경을 쏟게 되었지요.
마지막 100킬로를 걷는 날도 햇빛이 쨍쨍한 맑은 날이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걷는 좁은 인도나 갓길은
눈이 쌓여 여전히 미끄러운 상황이었죠.
고작 100킬로를 걸었지만, 차 중심의 모든 길들에
내 자신이 주변에 끼어 홀로 서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2월 휴가기간의 짧은 도보여행, ‘자신과의 싸움’보다 ‘도보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권을 지켜내기 위한 혼자의 싸움’이였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편하게 언제 어디라도 편하게 이동 할 수 있음을 요구해야 함’을 느끼게 된
시기였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분이 돌아가시던 날도 눈이 많이 왔다고 하죠. 그 분의 명복을
빕니다.

박김형준(Tori~) |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 http://toriru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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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거라, 네 슬픔아 - 신경숙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비가 풍기는 냄새와
그 비가 남기는 여운이 나는 좋다.
그때면 얼굴만 바깥으로 내밀고는 사방을
휘둘러본 뒤에 눈을 감고 코를 큼큼거려본다.
-p36

누군가 인간의 여행이 계속되는 것은 언젠가는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페인은 여기에서 이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겠다, 싶은 장소와 풍경에 자주 마주쳤다. 투우장에서 마타도르가 진짜 소의 숨통을 끊는 것을 그 피비린내에 기겁을 하긴 했어도 프라도 미술관에서 본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비롯한 검은 그림 앞에서는 정신이 번쩍 나 숨을 죽였다. 세비야의 플라멩고를 볼 적에는 무희의 카리스마에 전율했고 무어왕국의 마지막 요새였던 알람브라 궁전이 고요 속에 간직하고 있는 폐허의 아름다움 앞에선 말을 잃었다. 이 모두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의 마음이었기에 더 충돌했을까. 돌아와서는 창문 옆에 놓인 빈 의자처럼 일주일째 줄곧 잠을 잔다. 그만 깨어나야겠다.
-p82

집집마다 긴 장대를 바깥으로 밀어내놓고 빨래들을 널어놓아 처음에는 참 희한한 풍경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 머무는 동안 자꾸 보게 되니 금세 정이 들었다.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 안에서 갈대로 집을 짓고 사는 우노족들을 보게 되었을 때 나는 갈대 위에 널어놓은 빨래들을 바라보느라 자꾸만 한눈을 팔았다. 일본의 시골마을을 지날 때도 내가 유심히 보았던 것은 그들의 전통가옥 구조가 아니라 집집 마당에서 하얗게 마르고 있던 빨래들이었다.
- p209

개가 사람을 의지한다면 고양이는 공간을 의지한다.
개가 사람의 사랑을 원한다면
고양이는 공간의 아늑함을 원한다.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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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말대로 이 책은 비오는날
눅눅한 기운이 나는 곳에서
편하게 누워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신경숙의 편안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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