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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대신 촛불시위 나섰나?

 

전주 고등학교 1학년생들의 촛불시위가 예정돼 있던

7일 오후 7시 객사 앞. 학생들은 없고, 교사들이 북적거렸다.

예상은 한 상황이었건만, 그 교사들의 규모와 고압적인 자세에 한번 더 놀랐다.

 

다음은 취재를 위해 객사 앞을 지키던 교사들을 만나서 나눈 대화...

 

“학교에서 학생들과 이런 얘기를 해보셨나요?”

“오늘 아침에도 학생들과 얘기했습니다. 학생들도 얘기를 듣고 수긍하는 반응이더군요.”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하셨나요?”

“저는 학생들에게, ‘그래도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당하게 시위에 나가서 너희들의 뜻을 밝혀라’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시위참여 단속을 위해) 이 자리에 나오셨잖아요.”

“....”

 

학생들이 나타나자 교사들이 학생들을 불러세운다.

그 모습을 촬영했더니 왜 찍느냐고 그러더라...

아... 학생들 인격권을 생각해서 그러는가보다 생각해서...

 

"학생들 신변보호를 위해서 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모자이크 처리하니까."

"우리 학교 교복은 어딜가도 다 알아봐요. 사진 공개하지 말아주세요!"

 

주변에서 기웃거리던 학생들과의 대화...

 

“저희요? 오늘 촛불시위 하자는 문자를 받고 구경하러 왔어요.”
“만약 시위하면 저희도 함께 할려고 했지요.”
“촛불이랑 다 준비해오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보이진 않네요.”
“그런데 13일인가 14일로 연기했다는 문자를 받은 애들도 있어서, 오늘 확실하게 하는 지는 잘 모르겠어요.”
“내신등급제. 저희들끼리 얘기할 때도 문제가 많다고 다들 그래요. 벌써 나부터도 친구들에게 (노트, 참고서 등) 잘 안빌려주거든요.”
“그냥 수능 그대로 보는게 속이 편하죠. 이런 거 만들어서 더 힘들게 만들고...”
“우린 그냥 우리 뜻을 알리려고 한건데, 아예 아무 것도 못하게 막는 건 너무 심해요.”

 

여자다, 젊어보인다(!) 등의 특징을 살려

최대한 공손하게 학생들에게 다가가 얘기하고 있는데

다른 방송사 기자들이 달려든다.

"14일로 연기됐다는 문자 있으면 보여줘봐."

그러다 카메라까지 두세대씩 접근하니 학생들이 영 부담스러워 한다.

그러다가는 자리를 피해버린다.

다른 학생무리에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는데 또 카메라들이 달려들고...

내 참, 방송사들이 중요인사 인터뷰 하는 거 옆에서 기웃거리며 참조한 적은 있어도

내가 취재하는데 기웃거릴 뿐만 아니라 취재원을 쫓아내버리는 경우는 처음이네...

 

시위를 막는 어른과 취재꺼리를 얻으려는 어른들은 있었으나

학생들을 지지하고 도우려는 어른들은 없었다.

"전교조나 시민단체가 나와서

'학생들 시위를 지지합니다' 피켓을 들던가 소리통이라도 해야 하는거 아냐?"

씁쓸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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