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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선거 ...

니나님의 [대학선거의 포퓰리즘 혹은 무개념] 에 관련된 글.

 

나는 아직도, '정책 선거'를 하던 "젊을 때"가 자랑스럽다.

 

그 정책들을 실현할 능력이나 조건이 상당히 부족했다는 것을 직시하지 못했던 건 부끄럽지만

적어도 그 때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머리와 가슴에서 나온 타당하고 합리적이고 (지금 생각해도) 꽤 괜찮은 정책들을 조직하고 생산하고 설명해낼 수 있었다. 아, 그 때 만큼 진정한 '정책활동가'이기도 했던 때가 없었던 듯 하다.

몇 명이나 그 정책들에 공감하며 표를 찍어주었는지는 미지수이지만...

 

그 중 몇 개는 우리 손으로 실현했고, - 동연여성운동모임

몇 개는 나쁘진 않았으되 기대만큼 훌륭한 성과를 드러내진 못했으며 - 홈페이지 (미숙한 운영의 탓도 컸다고 생각한다.)

몇 개는 우리의 손을 떠나 한참의 시간이 흘러 실현되기도 했다. - 학생회관 라운지의 공연 시설과 모임 공간, 여휴의 개편 등 (이 지점은 정말 궁금한데, 과연 그러한 변화들이 우리가 이야기했던 내용들에 기인했던 것인지, 아니면 우리는 단지 모두의 필요를 조금 일찍 알아채고 구체화 했을 뿐이고, 변화는 우연적으로 맞아떨어진건지?)

 

그래도, 몇 년 씩 흐른 후에 가끔 학교에 가면,

우리 선거 자료집의 그림 대로 변해있는 학생회관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이번 총학 선거 기간, 몇 번 학교에 가서 자보들을 보고 느낀 건,

기술은 발전하고 인력은 적어졌다는 것 (자보를 전지 컬러 인쇄하는 대담함, 혹은 안타까움)

그리고, 관점과 그에 입각한 정책이라는 게 참으로 안타까운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뭐, 냐도 역시 늙은이니 그렇게 보이는 게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 얄팍한 자보들로 선본들의 (정치적)정체성을 구분할 수 있었는데,

그건 절대로 정책의 내용에 입각해서가 아니라

(하다 못해 후보들의 출신 과나 약력으로부터도 아니라)

어떤 구호와 이미지를 사용하느냐에 의지한 것이었다.

약간은 촌스러운 한자어를 사용하고, 투박하고 직설적인 비주얼을 구사하는 선본,

언제나 처럼 영어 이름에, 당대를 풍미하는 폰트와 색채를 적절히 사용하여 세련된 비주얼을 구사하는 선본,

특정 단어를 닉네임처럼 달고 다니는 선본,

지독히도 숫자에 집착하는 선본 등.

 

 

그러고 보니, 누군가의 지적이 생각난다.

이번 대선 포스터에서 기호 2번과 12번의 포스터에서만 배경으로 태극 마크가 쓰이고 있다고.

 

 

어쩌면, 가장 늦게 변하는 건

이미지나 수사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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