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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버스안에서

나는 첫째, 버스승객들의 인내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두번째, 정치적 표현의 소외계층이라고 생각했던 일부!!! 노령층들(노인인권 비하 아님ㅠ)이 어느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들의 정치적 이해를 주장하고 있는지를 바로 눈 앞에서!, 목도하게 된 것에 대해 또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소고기파동과 촛불집회에서부터 금강산 피격사건에 이르는 쟁점과 이슈를 넘나드는 열변이 이어졌다.  독도분쟁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지만, 최근 상황을 지켜볼 때 독도분쟁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지 않는 민족적 쟁점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자신을 80대 노인이라고 밝힌 그는 광화문에서부터 용인수지 근방의 자신의집까지 귀가길을 이용해 너무나도 분명한, 그렇지만 너무나도 장황한 자신의 주장을 설파했다. 무차별 대중을 향하여.

 

성별과 연령을 초월한 50여 명의 승객들은 담담하고 묵묵하게...........졸았다. 또 이어폰을 조였다.

 

노인은 분명했다.

"공산주의 국가가 될려나 보다" 

"나 젊을 때는 그러지 않았다. 요즘 것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거리로 나와서 정부재산을 때려부순다"

"쇠고기값은 비싸다. 어지간히 먹을라 치면 4,5만원씩 든다. 고작 4.8g 먹는다고 어떻게 되진 않는다"

"총을 쏘길 왜 쏘나"

  

광화문에서 삼성본관을 지나 서울역 정류장에서 승차한 비슷한 나이또래의 한 노인이 귀를 귀울이자 이 노인은 힘이라도 받은 듯 더더욱 열변을 토했다. 곧이어 이 두 노인은 함께 의견을 모아 주장의 힘을 실었다.

 

40여 분 동안 두 노인의 난상토론이 진행되었지만, 버스 승객 중 단 한 사람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불쾌한 기색을 나타내는 이도 없었다. 경청하는 이 없이 무관심해도 보였지만, 소고기 문제에서 만큼은 정치적 발언에 익숙한 듯,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것이 설령 형편없는 주장일지라도.

 

나는 마을의 초입에서 내렸고, 그 두 노인의 대화는 끝을 맺지 않았다. 하차한 나는 안팎의 온도차로 습기가 가득찬 버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 무성영화와도 같은 버스 안에서 두 노인만이 대조를 이루며 요동치고 있었다. 버스가 덜컹거리며 다음 행선지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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