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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터뷰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인터뷰가 어려운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고 꼽는다면 단연 입체적 취재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터뷰이의 이력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최근 활동 뿐만 아니라 성격 혹은 그날의 기분까지 잘 파악하고 접근해야 성공적인(?) 인터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약 30여 명? 더 되려나! 그래 약 50여 명 쯤이라고 해두자. 이 중 나의 성공률은 채 10%에도 미치지 못할 듯 싶다.

 

그날의 인터뷰는 그런 면에서 성공확률이 높았다. 인터뷰이의 이력과 최근 활동, 성격은 물론 생활방식과 활동양식까지 꽤 꿰뚫어보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렇진 않았다. 

 

나와 인터뷰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을 법한 독자들이 '아버지를 인터뷰 하는 게 어디있어요?ㅋ', '그래서 더 웃겨요ㅋㅋ' 등등의 덧글을 달지 않고 모른 척 넘어가주었으면 물론 더 좋아겠지만, 인터뷰이와 나와의 관계를 알고 있을 독자 등 주변인들이 인터뷰의 성패여부와 이후 게재될 인터뷰기사 작성시 요주사항은 아니었다. 

 

'아빠'를 인터뷰하는, 그 자체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우선 인터뷰이가 취재를 당하면서 인터뷰어의 편의에 대해 별반 고민하지 않은데 반해, 그는 자신의 답변 보다 인터뷰어의 편의를 먼저 고려했다. 가령 녹취가 용이하도록 말의 속도를 조절한다던가,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을 선택한다던가 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것이 그의 성격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을 듯 싶다. 내가 알고 있는 그에게는 분명 남에 대한 배려를 우선하는 면이 있지만, 자기 할 일을 뒤로 넘겨두지 못하는 사람임은 틀림없으므로 성격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한 자연스럽지 않았다. 어짜피 단 둘이 앉아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 남을 의식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지만, 아버지와 딸의 관계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관계를 넘나들면서 때로는 어긋난 정체성 속에 혼란을 맛보기도 했다. 

 

"비오니 갈 때 우산가져가라"는 멘트를 던지거나 "와!이 컵 진짜 오랜만에 봐요"라는 말에 먹던 컵까지 씻어다가 박스에 싸서 들려보내는 행동을 보면서 '이것만은 넘지 않겠다'고 결의했던 마음을 풀고 지키지도 못할 벽을 넘어버렸다. 그건 나도 못하고 상대도 안되는 일이었으므로..

 

아이러니 한 것은 가정에서 보다 같은 공간에서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는 공동의 작업 속에서 소위 '아버지의 모습'을 더 많이 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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