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4, 2013

분류없음 2013/09/19 11:19

* 9월 14일 하루 동안 있었던 엑티비티를 잊지 않기 위해 남겨둔 메모를 살려 오늘 (Sept.18) 에서야 씀.

 

Repair Cafe Volunteering

 

주로 유럽과 북미대륙에서 두드러지는 이 활동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도 시작됐다. 이 도시에서 시작한 지는 몇 달 된 것 같은데 지난 번 직장에서 만난 한 친구가 자원활동을 하지 않겠냐고 의사를 물어와 본의 아니게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달에 처음 갔다. 대충 고치면 될라나, 집에서 하던대로 하면 될라나, 하고 시작했는데 맙소사, fixer들이 모두 전문가다. 덕분에 Apprentice Fixer 포지션을 받았다.

우리 나라에도 커뮤니티에 베이스를 둔 이런 활동들이 있을 것 같은데 아직 못 찾았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시길.

9월 14일에는 특별 행사로 야외에서 카페를 열었다. 옆에는 Farmers' Market이 성황 중이고 볕이 너무 강해 버티기 힘들 정도였지만 뭐 그럭저럭 괜찮았다. 푸드 프로세서와 오디오 리시버, 토스터, 선풍기, 램프 등을 고쳤다. 나의 사부 (Master) 께서는 별의 별 연장을 다 가지고 오셔서 사람 기를 팍 죽인다. 하지만 덕택에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Action

 

오전에 자원활동을 마치고 끝나자마자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집회에 결합했다. 2011년에 동결된 최저임금을 적어도 14달러 이상으로 올리자는 커뮤니티 사람들과 노동자들의 요구가 있고 자본 측은 14달러는 너무 높다, 그러면 고용시장이 얻어붙는다, 며 엄살을 떤다. 아무래도 큰 쇼핑몰에서 토요일에 열리는 탓에 어린이들도 재미나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 먹고 마실거리도 충분히 마련된 듯. 근사한 집회였다. 풍선터트리기에 참여했는데 어린이들보다 못했다. 너무 조심스럽게 했더니 한 개도 못 터트린 것. 젠장. 

 

 

국정원 대선 개입 반대 일인 시위

 

여기에서 만난 어떤 분이 국정원 대선 개입 반대, 박근혜 반대 일인 시위를 하신다. 토요일, 일요일 한가위 축제가 열리는 북쪽 마을 어느 광장에서 피켓을 앞뒤로 두르고 일인 시위를 하신다는데 며칠 전부터 걱정스러워 잠을 못 잤다. 여기에 사는 한국인 이민자들은 - 다른 나라 이민자들도 그렇지만 - 대부분 보수적이다. 60년대에 오신 분들은 60년대 정서에 머물러 계시고 나라에서 그냥 하라는대로 하는 게 장땡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다. 90년대, 2000년대에 오신 분들이라고 다를 리 없다. 많은 어르신들은 여전히 대부분 김일성을 때려잡아야 한다고 여기신다 - 죽은 지가 언젠데, 심지어 아들도 갔구먼 -

보수적인 정치 입장이야 그렇다치지만 사고의 체계 자체가 딱 박근혜 스타일인 분들이 많다. 한마디로 말이 안 통한다는 거지. 게다가 용감하셔서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바로 들이박는다. 작년엔 따돌림방지교육법-차별조례 같은 성격의 교육법이 통과되어 일선 학교에서 그 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는데 동성연애를 조장하는 법이라는 둥, 구강성교를 교육하는 법이라는 둥 괴벨스 같은 논리를 앞세워 종당에는 주의회 건물 마당에서 집회까지 했다는 거.

분명히 이러한 어르신들이 그 일인시위를 가만 두고 볼 것이 아니기에 정말 정말 걱정이 되어 최저임금 집회가 끝나기도 전에 일인 시위 장소로 몸을 옮겼다. 지하철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아뿔사, 내 예감이 맞았어. 벌써 한 쌍의 알흠다운 부부가 "미친 놈"이라고 욕을 하고 있는 것. 시위자는 경찰을 불러왔고 나는 그 부부에게 질문을 했다.

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부부: 아니 저 미친놈, 코리안이야, 캐나디언이야?

나: 코리언-캐나디언이겠죠.

부부: 아니, 한국말만 써놨으면 내가 말을 안해. 왜 영어로까지 써서 여기까지 와서 나라 망신이야.

나: 표현의 자유가 있는 거예요.

부부: 나도 표현의 자유가 있어서 미친놈이라고 했다, 왜!

나: 미친놈이라고 욕하시는 건 표현의 자유의 영역은 아닌 것 같아요. 다른 말씀으로 하셔도 되는데요.

부부: 미친놈한테 미친놈이라고 하는 게 뭐가 문제야!

경찰이 그 부부를 데리고 가서 이야기하는데 그 부부는 정말 대단해. 경찰한테 "He's crazy"라고 자기들이 뭔 잘못을 했는지 사실대로 이야기한다.

--- 사건 생략 ---

이 뒤로도 여러 건의 verbal aggressions이 있었으나 밀치거나 때리는 결정적인 일은 없었다. 사진기를 들고 기다려서 그랬나? 주로 나이드신 분들이 오셔서 베트남 전쟁과 자신의 이민의 역사, 박정희 대통령의 가르침, 북한이 왜 문제인지-이석기가 왜 문제인지, 그런 이야기를 하고 가셨다. "너 몇 살이야?"라는 질문은 당연히 있었고. 나중에 듣다듣다 귀딱지가 앉는 것 같아서 그냥 가시던 길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밥먹고 할 지랄이 없다고 하신다. 네 많이 잡수세요. 라고 보내드렸는데 성이 안 풀렸는지 다시 오길래, 왜 안가셨어요. 집에 가셔서 밥 많이 잡수세요. 라고 다시 보내드렸다.

생각할 꺼리들이 참 많다. 사람들의 분노조절장애, 개개인이 저마다 갖는 자신의 연민, 차이의 존중, 나이를 먹는다는 것, 의견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 가치관, 등등

집에 돌아오니 몸이 천근만근 힘들다.

 

2013/09/19 11:19 2013/09/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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