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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엄마(^^)의 애기 길들이기

1997년 2월 28일(금) 밤…하루종일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가습기와 한아의 오른손



한아(우리 둘째 딸내미 이름이랍니다)가 태어난지 8개월, 한아는 이제 혼자서 기어다니며 내가 하는 일에 여러 가지 참견한다. 아래에 이빨도 한 개 돋아났다.
일주일전 밤에 청소를 다 하고 가습기를 틀어놓았다. 가습기는 물이 끓어서 하얀 김이 올라오는 종류이다.

한아가 엉금엉금 기어다니다가 드디어 가습기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을 쳐다보고 있었다. 김이 올라가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한참을 움직이지도 않고 호기심을 가지고 쳐다보았다. 그런데 가습기에서 아주 가까웠다.

그래서 엄마는 한아에게 뜨거운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다고 오른손을 가습기에다 잠깐 올려놓았다. 잠시 후 한아는 "응아∼ 응아∼" 하고 울어댔다.

처음엔 나도 왜 그런지 몰라서 안아서 달래기만 했다. 그런데 잠시 후 손을 보니 손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별로 뜨거울 것 같지가 않았는데 손을 데이고 만 것이다.
아빠와 엄마는 찬물에 손을 담그고 난리가 났다. 앞집에 가서 청심환을 갖다 먹였지만 한아는 그치지 않고 크게 울어댔다.

밤 12시가 넘어서 겨우 재웠다. 그리고 아빠가 엄마에게 하는 말
  "애를 아주 고문을 해라."
잠자는 한아에게
  "한아야, 니가 엄마한테 고문당하느라고 고생이 많았다."

한 순간의 실수가 이렇게 한아를 아프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다음날 밤 또 가습기를 틀었다. 한아는 신기한지 계속 모락모락 올라가는 김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빠의 장난끼가 발동해서 한아를 가습기 앞에 앉혀 놓고 "앗, 뜨거!" 하며 손을 갖다 대려고 하니까 한 2, 3초 정도 생각하던 한아가 갑자기
  "으앙∼ 으앙∼."
온 몸을 바르르 떨면서 울어댔다.
그 순간 아빠와 엄마는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전날밤 기억이 생생히 떠 올랐나보다.

그 뒤부터 한아는 가습기를 틀지 않았는데도 "앗, 뜨거!" 하며 손을 갖다 대는 시늉만 해도 울기부터 한다.
손에는 넓은 물집이 잡혔다.
  "한아야, 정말 미안하다. 과격한 이 엄마 때문에 고생 많이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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