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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응휘 / 평화마을 피스넷 사무처장 :: chun@peacenet.or.kr
의당 벌써 공개되었어야 했을 해묵은 한일협정 문서 일부가 공개된 것을 가지고 정치권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난데없이 미국에서는 연방수사국(FBI)이 정보자유법에 따라 정보를 공개한 것을 놓고 법정 시비가 붙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내용을 보내 실제 정보자유법에 따라 청구한 문서자료 일부가 누락되었다는 것인데 문제를 삼은 정보자유운동 그룹의 주장은 FBI의 문서자동검색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FBI측에서는 자동검색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 뿐이므로 기각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권력을 가진 쪽에서 보면 정보공개가 불편하기는 미국이나 우리나 똑같은 것 같은데 한쪽에서는 정보의 누락이나 정확성은 문제가 될지언정 최소한 정보공개가 정략적 의도에서 나왔느니 그렇지 않느니 하는 밑도 끝고 없는 시비는 없는 것 같다.
민간단체 관계자로서 정부관련 위원회 회의에 참여하다 보면 늘상 부딪치는 일인데 회의 벽두부터 회의를 공개하자는 의견을 가지고 수십분에서 거의 한시간 이상 논란을 벌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회의 공개 절대불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지도 어쩌면 그렇게 꼭 닮았는지 녹음기 틀어놓은 양 똑같은 주장을 반복한다.
그때마다 필자도 늘 같은 주장을 반복해 왔다. "이해 당사자들도 모두 지켜보는 상황에서 책임 있게 주장을 펴는 건 권장해야 할 일이다", "이해 당사자가 오히려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회의장 밖에서 회의내용과 관련하여 생기는 문제는 법에 의해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 주장을 펼친 후에도 쇠귀에 경 읽기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브로드밴드 강국인가 의심스러운 생각도 든다. 인터넷이라는 게 결국은 의사소통의 자유, 의사소통 채널의 개방이 아니던가 말이다.
국제적인 협상테이블에서도 회의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회의를 지켜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최근에는 모든 회의내용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최근에는 모든 회의내용을 MP3 파일에 담아 공개하는 것까지 보아 온 필자로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 뿐이랴. 최근 해외에서 중요한 정보통신 분야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게 바로 대안매체로서의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다.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곳, 이슈가 있는 곳, 아시아의 해일 사태나 국제회의장에서 벌어지는 토론이나 대부분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블로깅하는 블로거들에 의해 그 내용들이 전세계로 공개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전통적인 주류미디어들도 정보수집의 상당 부분을 블로그에 의존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회의가 열리는 곳마다 포드캐스팅(podcasting; 애플 ipod를 가지고 즉석 온라인 방송을 중계하는 것)을 하고 블로그에 링크를 만들어서 이를 공개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확실히 유비쿼터스(Ubiquitous) 코리아의 미래는 서비스 강국의 밝은 비전만이 아니라 파놉티콘(Panopticon)의 감시사회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것에 대하여 공개하고 리포트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투명사회의 비전도 포함하고 있다. 어디에서나 끊김없는 네트워킹을 하자고 하면서 오프라인 회의는 공개하지 말자는 건 앞뒤가 안맞아도 너무 안맞는 일이 아닐까?
“《드니의 귀》라 불리는 시칠리아 근처의 작은 섬에 동굴이 하나 있고, 이 동굴에 오뒤세우스가 갇혀 있소. 그는 퀴클롭스와 대면하고 있소.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퀴클롭스가 제안했소. 《너는 끓는 물에 삶아질 수도 있고, 불에 구워질 수도 있다. 선택은 너에게 맡기겠다. 지금 무슨 말이든 한 마디를 해라. 만일 그 말이 참이면 너를 끓는 물에 삶아 죽일 것이고, 그 말이 거짓이면 너를 불에 태워 죽일 것이다》라고 말이오. 그러자 꾀 많은 오뒤세우스는 절묘한 대답을 생각해 내서, 끓는 물에 삶아지지도 않았고 불에 구워지지도 않았소. 그가 무슨 말을 했을까요? 당신들에게 3분 동안의 시간을 주겠소. 대답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오. 《기권이냐 갑절이냐》라는 퀴즈 프로그램 본 적 있소? 자아, 친구들, 이제 당신들 차례요.”
……
그녀는 언젠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에서 읽었던 <금붕어의 기억력>에 관한 글을 떠올린다. <금붕어가 어항 속에서 사는 것을 견딜 수 있는 것은 기억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붕어는 장식용의 수중 식물을 발견하면 그것에 경탄을 하고 이내 잊어버린다. 그런 다음 유리벽에 닿을 때까지 헤엄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똑같은 수중 식물을 보고 다시 경탄한다. 이런 과정은 무한히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되풀이된다.>
결국 금붕어의 기억력이 약한 것은 미치지 않기 위한 생존 전략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지도르의 건망증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도 어쩌면 세상사의 충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
그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그의 뇌를 스친다.
“오뒤세우스는 <당신은 나를 불에 구울 겁니다>라고 말했어요.”
이지도르가 설명을 덧붙인다.
“그렇게 말하면 퀴클롭스는 몹시 난처한 상황에 빠집니다. <당신은 나를 불에 구울 겁니다>라는 오뒤세우스의 말이 참이라면, 퀴클롭스는 그를 끓는 물에 삶아 죽여야 합니다. 따라서 그는 불에 구워질 수가 없지요. 그렇다면 오뒤세우스는 거짓을 말한 셈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나를 불에 구울 겁니다>라는 오뒤세우스의 말이 거짓이라면, 그는 불에 구워져야 합니다. 그러면 오뒤세우스의 말은 다시 참이 됩니다. 결국 퀴클롭스는 오뒤세우스를 삶아 죽일 수도 없고 구워 죽일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판결을 내리지 못하지요. 그래서 오뒤세우스는 죽음을 모면합니다.” ‘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김정진 / 변호사, 민주노동당 법제실장 :: lizard@kdlp.org
2004년 말에 노동계는 비정규 관련 법안 때문에, 그 외의 시민사회운동진영은 국가보안법을 포함한 4대 개혁입법안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오랜 기간 동안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여야 했다. 노동계는 비정규 관련 법안 국회 통과가 2005년으로 미뤄진 이후에는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총력 투쟁을 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국, 늑대와 양치기 소년처럼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의 사기 내지 무능에 시민사회진영은 또 한 번 농락을 당했으며, 이제는 동네 사람들도 더 이상 양치기의 거짓말을 믿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 속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충실한 대리인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다종다양한 법안을 그 혼란 속에 통과시켰고, 그 결과는 의도야 파악할 수 없지만, 양당이 비정규법안과 국가보안법으로 일종의 연막을 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서 이를 개탄하여 보았자 소용없으나, 다시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밀하게 무엇이 통과되었는지 곱씹어 보아야 한다.
파병연장동의안 통과
12월 31일 자정을 넘겨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동의안이 통과되었다.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지역은 아니나, 안바르 지역의 라마디시에는 미군 차량과 50미터 이상 떨어지지 않는 차량은 즉각 발포한다는 것이 교통규칙으로 통한다고 한다. 미군은 2003년 9월 1일 이후 800명의 미 해병이 주둔한 이래 400~500명의 사람을 죽였고, 해병대들은 자신을 공격한 사람을 보지 못하고 인근 건물이나 빌딩에 무작위로 발포하기 때문에 실제로 몇 명이 죽었는지 모른다고도 한다(Economist 2005년 1월 1일자, 33쪽). 우리는 이러한 대량살육 행위에 가담하는 것에 다시금 주저치 않았으며, 실제로 이를 막기 위해 진보진영은 거의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기업도시개발특별법제정안 통과
12월 9일, 기업에게 전무후무한 토지수용권을 주는 기업도시 특별법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의로 통과되었다. 소관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에 의원이 없기는 하나, 민주노동당은 원외정당 시절보다 대응을 못했으며, 민주노총 또한 이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천명했으나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했다.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은 기업이 민간도시를 독자로 개발할 경우, 대상토지의 50% 이상을 매수한다면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 수용할 권한을 부여하는 전무후무한 법이다(제14조 제3항). 뿐만 아니라 기업도시를 개발하는 개발사업 시행자는 경제자유구역처럼 실시계획의 승인을 얻으면 40개에 달하는 인허가가 의제된다(제13조 제1항). 이러한 허가의 의제는 개별 허가시에는 충분한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으나, 일시에 의제시킬 경우 적정한 심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환경파괴의 위협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기업도시를 개발하는 기업과 그곳에 입주하는 기업은 학교와 의료기관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세제지원을 받으며, 주택을 짓는 경우에도 주택청약제도 전체의 적용을 전혀 받지 않으며, 공정거래법 상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예외도 적용받게 된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기업 도시 안에 외국인 의료기관과 외국인학교 등을 지을 수 있다(제25조, 제26조, 제31조, 제32조, 제35조, 제37조, 제38조).
뉴딜관련 법안 통과
뉴딜3법 중 사회간접자본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과 기금관리기본법이 통과되었다. 전자는 소위 '건설-이전-임대방식(BTL)'(소위 Built-in Transfer 방식)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건설을 가능하게 한 것이고, 기금관리기본법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 대한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가능하게 한 법이다. 국민연금으로 부동산 경기와 주식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이라고 하는 것이 결국 주거비 상승으로 저소득층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는 문제점이 있고, 노후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을 주식투자에 동원한다는 것은 유일한 노후보장책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공무원노동조합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제정안 통과
노동관계법 중에서는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공무원노동조합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이 통과되었다.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직급과 직렬로 노동조합의 가입범위를 제한하는 희대의 노동악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지휘, 감독, 인사, 보수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경우 조합 가입대상에서 제외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외 가입대상 제외 노동자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유보시켰다(제6조 제2항, 제3항). 사실 법이 이러하다면 이는 과거 직장협의회와 달라질 것이 거의 없는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에관한법류 개정안 통과
경제자유구역에서 외국인 의료기관의 경우, 원래 내국인의 이용이 금지되었으나, 내국인의 이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제23조 제1항). 외국인 의료기관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 체제 자체가 흔들릴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에도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조항임에도 이를 통과시켰다.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
소득세율을 1%씩 인하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2001년 40%에서 36%로, 다시 35%로 낮아지게 되었다(제55조 제1항). 과세표준이 1,000만원인 자는 세 부담이 10만원 감소한 반면, 과세표준이 1억원인 자는 100만원이 감소하였다. 특히, 경기양극화로 인한 빈곤이 심화되는 시기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는 소득세율을 낮추는 것은 빈부격차를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예산 증액도 어렵게 만듦에도 불구하고 이를 통과시켰다.
종합부동산세법 제정안 통과
부동산값 폭등을 방지하고, 자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주택 또는 토지를 합산하여 종합 과세하는 종합부동산세가 통과되었다. 주택의 경우에는 합산하여 4억 5천, 토지의 경우에는 합산하여 3억을 넘는 경우에는 합산하여 과세하기 때문에 이는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서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나, 토지와 주택을 합산하지 않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민사집행법 개정안 통과
과거에는 일률적으로 임금의 2분의 1 이상을 압류할 수 없도록 한 것을, 최저 생계비 이상은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고, 표준가구 생계비를 넘는 경우에는 2분의 1 이상을 압류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에는 일부 혜택을 보는 측면이 있으나, 표준가구 생계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지나치게 낮게 정할 경우, 노동자들의 임금 압류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임금의 4분의 3은 압류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그것이 표준가구 생계비를 참작한 금액을 초과한 경우에는 그 금액이 압류의 한도가 되도록 하고 있는 바, 2분의 1 비중을 높이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개정법은 여전히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통과되어 2005년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국민연금이 여러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노동자들의 노후 생계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퇴직금제도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은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을 노동자 대표의 의견을 들어 도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퇴직금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곳의 경우에는 노동자 대표의 동의를 얻도록 하였다(제4조). 그러나, 이는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이나 노동조합의 힘이 미약한 곳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퇴직연금제도를 강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수 노동자들이 퇴직 후의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재차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신문업을 영위하는 자에 대해서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상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을 강화시킨 신문등의기능보장에관한법률과 저상버스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대중교통의육성및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이 제정된 것은 일부 성과이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국가보안법에 묻혀 대중의 사회, 경제적 권리를 침해하는 위와 같은 법률들이 통과된 것은 심히 유감이며,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진보진영은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반성과 다짐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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