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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은 비정규직의 하늘입니다"

"누가 비정규직입니까?" 어떤 이는 하청업체 노동자를 정규직이라고 말한다. 비정규직은 처음부터 업체로 들어 왔으니 "차별은 당연한 거 아니냐"는 얘기다. 허나 본질을 놓치고 하는 소리. 정규직으로 들어오는 게 하늘의 별 따기란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어쩌면 그들의 차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정규직, 내 안의 차별이 아닐까?   .

 

그래서일까? 현대차회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들 1백여 명을 계약해지하고, 노조위원장을 백주 대낮에 납치 구타한 뒤 경찰에 넘기는 등 천인공로 한 짓을 서슴지 않는데, 분위기가 냉랭하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알몸까지 드러내며 수치심보다 무서운 자본의 폭력에 저항하지만 아직까지 정규직 노조의 연대는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 해 현대자동차가 2조원 순이익을 냈다. 정규직 노조는 성과급을 따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진 않았다. "우린 어떻게 되냐"며... 되레 회사가 떠드는 논리에 갇혀 있으니...이를 뚫을 수 있는 노조 간부들, 활동가들의 앞선 고민과 투쟁이 절실하다.

 

친구나 가족처럼 다가가기

 

"20년 전 통근버스를 타면 자리는 젊디젊은 관리들 차지였다. 이들에게 받았던 설움과 모멸감을 지금 비정규직이 우리에게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말이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부끄러운 짓도 많이 했다. 1998년 정리해고법과 파견법을 막아내지 못했다. 열심히 투쟁했지만 죽기로 싸워내지 못했다. 혹시 제아무리 법이 바꿔도 단체협약이 있기에 끄덕 없으리라 여기지 않았을까. 그 결과 840만 비정규직 시대,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은 일터가 됐고, 노조의 조직력도 바닥을 긁고 있다. 

"형으로서 그런 사정을 모른 것도 부끄럽지만 지금 현재 어떻게 해주지 못하는 심정, 정말 죽고 싶다" 정규직형이 노조게시판에 올린 글.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인 동생이 일요일도 없이 뼈 빠지게 일하는 데 고작 한 달 1백 여 만원 받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고민을 하는 글이다. 진실로 가슴 아파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마음이 아닐까. 같은 노동자를 향해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비정규직들을 친구나 가족같이 생각하는 마음. 자본의 속성이 경쟁과 분열이라면, 노동은 일할 때처럼 단결과 화합 아닐까.

 

올해 뭔가를 저지르자

 

우선 일상의 차별을 없애자. 말은 않지만, 비정규직들은 임금, 노동조건, 산재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수두룩한 차별, 하나 씩 줄여가자. 그러자면 임단협 요구로 가져가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내걸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둘째, 정규직으로 닫혀 있는 규약을 여는 것이다. 같은 현장에서 늘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소속에 상관없이 모두 조합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지난 해 대의원대회에서 규약개정하기로 결의했고, 금속노조는 올해 지회 규약을 바꿔 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부터 조직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셋째, 비정규직도 노동3권을 갖게 하자. 정규직 노조의 '든든한 연대'가 눈에 띈다. 현대차노조 전주지부 얘기다. 1년을 하청노동자 조직화에 힘썼다. 비정규직 주체를 꾸려 모임을 만들다. 드디어 23일 지회를 결성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가입대상의 2/3가 가입했다. 이들은 결성식이 끝난 뒤 평소보다 두시간이나 늦었는데 '대기'한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 할 수 있었다. 정규직이 어떻게 하냐에 달렸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이 밖에 불법파견 투쟁, 신규채용 100% 정규직화 등 노조의 현실과 자본의 계획을 철두철미하게 분석해서 비정규직 비율을 줄여나가자.

 

어느 비정규직이 꼭 하고 싶어했던 말 

 

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말하듯 오늘 날 비정규직은 '죽기보다 싫은 하류인생'이다. 그러나 이들은 20년 전 지금 정규직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  
지난 1월, 어느 수련회장에서 하청노동자가 따뜻한 연대를 당부하며 한 얘기가 가슴을 쳤다. 
"정규직은 비정규직의 하늘입니다" 정규직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비정규직을 살게 하고, 차가운 냉대가 우리를 주눅들게 한다고 평소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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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를 겨우 마쳤다. 마감을 이틀이나 넘겼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3일이다.

그동안 고민을 많이 하게 했다.

조선노동자들이 어떻게 사는 지 몰랐고,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이 어떠한지.... 무슨 얘길 해야 할 것인가. 그래서 읽고 여운이 남는 글이 될까. 그러나 글을 쓰면서 내내 내가 비정규직에 대한 뭘하는 가 아는 게 실상은 다 판에 박힌 것 같은 사건과 사실 말고 그들의 삶과 고민을 하나 하나 함께 느끼지 못했음을 알게 됐다. 한참 멀리서 기사를 써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내 주변에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데  평소 대화를 못하고 그냥 살았다. 쓰고 싶었던 생활글을 포기하고 해설기사처럼 쓴 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과 고민 가까이 서려하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거꾸로 나를 반성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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