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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5
    꿈에 나타난 일제고사
    파란 하늘

꿈에 나타난 일제고사

평소때와 달리 아이가 먼저 깼다.

아직 잠에 취해 있던 나에게 와서 일어나라고 한다. 난 감기를 핑게로 이불을 박차고 나가기 싫다. 밥 해줘야 하는데...

밖에서 "엄마, 오늘은 빵!" 하는 소리가 들린다.

휴~ 살았다. 조금 더 자고 되겠지. 그렇게 30분을 더 게겼다.

 

아이가 부산하게 왔다갔다하면서 빵을 굽고, 치즈 위에 마요네즈를 바를 건지, 아님 토마토소스를 바를 건지 얘기하란다.

기특하다. 어제 밤에도 스스로 이부자리를 마련하고 혼자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엔 스스로 밥상(?)을 차리리. 이젠 다 컷구나.

 

아침식사를 하면서 아이가 하는 말.

"엄마, 나 어제 시험 본거 학력미달이래."

"뭐? 벌써 성적이 나왔어"

"아니, 꿈 꿨어"

"... ..."

"꿈에, 시험 봤는데 학력미달로 나와서 얘들이랑, 선생님이랑 다들 킥킥 대며 웃었어."

 

일제고사가 우리 아이에게 이다지도 심한 압박과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구나 싶었다.

 

며칠 전부터 일제고사에 대해 얘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 딴에는 아이가 "그까짓 시험, 안 볼래"하면 "그래, 여행가자"하고 싶었는데, 아이는 시험 안봐도 된다는 얘길해도 안보겠다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난, 그냥 무시하면서 그 따위 일제고사에 시험에 들지 않겠노라며 무시 작전으로 갔다.

 

그런데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머릿끝부터 발끝까지 시험이라는 압박. 그것도 전국의 아이들이 등수를 매기게 되는 끔찍한 사태 앞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희생양이었다.

 

시험은 어떤 필요에 의한 것이여야 한다. 그러나, 3학년이나, 6학년, 중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일제고사는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하는 것인지. 학교를 공부하는 곳이 아닌, 등수 매기는 도살장처럼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야, 점수하고 등수는 중요하지 않아. 왜냐면 지금 너희는 공부하는 학생이니까. 공부하는 재미를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 시험 보면 내가 어떤 것을 잘 알고 잘 모르는 지 알 수 있잖아,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잘모르는 걸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해"

 

그냥 입에서 아이가 받은 상처. 아이는 1등하는 게 제일 좋다는 것만 느낄 정도로 많이 단순하다. 아직 싹을 트우기도 전에, 채 크기도 전에 성적으로 재단당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한 일이다.

 

"엄마, 나는 시험보는 것은 좋아"

"......"

"난, 일제고사 이름은 싫어"

"......"

"일제시대때 만든 거야? 일제고사가?"

"......"

"등수 매기는 것도 별로야, 다 백점 맞았는데, 누구는 1등이고 누군 100등이면 어떻게 해?"

"응, 그럴 땐 공동 1등이라고 해. 엄마도 성적매기고 등수내는 것은 진짜 안좋아. 너희 모르는 걸 배우고 또 배우는 학생들이잖아. 그치~ "

 

일제고사. 누구의 머릿속에서 기안돼 나온 일제고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처럼 수많은 엄마들과 우리 아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쓸데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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