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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도서관에서

푸른 하늘빛인가 아님 바닷색깔인가. 이곳 시립도서관은 외벽을 하늘색 유리로 만든 독특한 5층 건물이다. 더 특이한 것은 외형인데, 멀리서 보면 고래모습같다. 분수와 꼬리가 제대로 살진 않았지만, 유심히 보면 그렇구나하고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여기 도서관을 그렇게 부르진 않는 것 같다. 만들어진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런 홍보를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건축가가 설계를 할 때와 달리 짓고 나서 썩 내키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고위급에서.

 

도서관에는 젊은이들이 많다. 다들 책상에 고갤 박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문뜩 이들이 바로 예비노동자들임을 느꼈다. 자신의 노동력을 팔기 위해 투자를 하는 거다. 100만 명 실업시대의 주인공들. 물론 나도 이제 그 대열에 끼었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옆에 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귓전을 때렸다.

"설계를 하는 데 한 가구당 1.8대의 차량을 기준으로 하고, 요즘에는 도서관, 노인정, 체육실 등을 만들면서도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아파트에서 남는 공간을 임대하지"

혹시 전직이 아파트 관리소에서 일했던 사람인가? 또 한 사람은 그 얘길 들으면서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아파트 관리사 자격증 공부하나?

 

공부하는 사람들의 책을 보면 한국사, 영어, 안전설비, 공인중계사 ... 곧 있을 공무원시험, 자격증 시험 등에 응시하기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먹기 위해 그들은 고개한 번 제대로 안 들고 '열공'한다.  

나도 생존을 위해 열공해야 한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담긴 책을 붙들고...때론 졸음 앞에서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하지만.

 

이곳 도서관 시설을 얘기하자면.... 참 좋다.

1층에는 관리사무실이 있고, 지하에는 영화관이 있고, 2층은 어린이열림실 2곳 초등학생과 유아들실을 분리했다. 3층은 소설 등 작품 - 소프트한 책들이 있고, 4층에는 철학, 과학...- 전문도서들이 있다. 5층은 컴퓨터실. 영화도 볼 수 있고, 동영상도 듣고, 검색과 편집까지... 지금 이 글을 올리는 곳도 바로 여기다. 점심 먹고 잠시 쉬는 시간이 수다를 떨고 있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을 사귈 때까진 예서 수다를 떨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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