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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안녕하세요, 세잔씨

 

울퉁불퉁하게 살다간 세잔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아놓은 책이다. 내 손을 가게 만든 것은 세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잘 만들어진 표지때문이다. 표지에 세잔이 의자를 들고 어디론가 옮기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 밑에 세잔의 삶과 그림의 현장을 찾아서라는 작은 표제 아래로 세잔의 그림과 글이 함께 흐른다. 강물처럼.

 

재밌다. 세잔이 나름의 철학을 지닌 화가였다는 것도. 에밀졸라완 아주 어렸을 적부터 친한 친구였다는 것도. 하지만 에밀졸라가 쓴 작품을 읽은 뒤, 세잔은 그에게 편지한통을 보냈고 그 뒤 죽을 때까지 만나지 않았다. 1885년 작품이 나왔고, 1894년 드레퓌스 사건으로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공개장을 신문에 발표했다. 1902년 벽난로 연기구멍을 막아 질식사당하기까지. 졸라는 7년 동안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는 엑스에서 한 번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불발됐다고 소개된다.

세잔은 졸라가 엑스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책도, 그의 못된 하녀도 다 잊었다"며 그를 만나러 달려갔으나 우연히 만난 한 친구가 전한 말때문에 눈물을 짓고 돌아왔다고 씌여있다. 세잔이 전해 들은 말. 졸라는 "이미 죽은 사람과 뭣하러 만나겠냐"고 했다.

졸라의 집에 벽이 아닌 창고에 처박혔던 세잔의 작품. 졸라는 작품을 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의 유년시절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그들이 심판하도록 내버려두고 싶다 않았다.

이것은 그의 경향이고 그래서 나는 작품을 펴냈어요. 그것에 영감을 준 사람도 세잔이지요.

 

1906년 10월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홀로... 그의 나이 예순일곱살.

"저를 고독하게 했고 강하게 했던 주님, 주의 은총으로 지상의 졸음처럼 죽을 수 있도록 해주소서."

 

사과 하나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굳센 신념을 지녔던 외골수 세잔.

그는 날마다 그림을 그렸고, 그런 노력의 결과,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화폭에 담아 새로운 회화를 창조했다.

그런 자기의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집념과 끈기.

그가 지독한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이 있고 그림이 있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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