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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로 숨진 여종엽동지 누님의 글

[편지]내 가족! 내 형제! 우리의 동료들! 지킬 수 있을 때 지키고 힘이되어 주십시요

- 2004년 11월 5일 산재치료의 고통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산재노동자 고 여종엽 동지의 누이 여미선님이
우리 동지들께 보내온 편지입니다.


동지 여러분들 그동안 안녕 하셨습니까?

기억하실 런지 모르겠지만 
작년 11월 5일 날 사랑하는 동생을 머나먼 곳으로 떠나보낸
한 못난 누나를 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지면으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그간 동생의 아픈 몸과 마음
우리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과 안타까운 심정들을
수많은 전국의 산재노동자들과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동참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멀리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동생이 근 몇 년을 아파 오면서
육체적 또한 정신적 고통으로 전전긍긍해
이렇게 크나 큰 악마가 불어닥칠 줄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고고
지금도 온가족이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아픈 마음을 호소할 길이
없습니다.

그로 인해
한 가정의 단란한 행복은 그림자처럼 멀어지고
남은 것은
피멍이 든 병든 가슴과 눈만 뜨면 흘러내리는 눈물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겨우내 땅속깊이 숨어있던 새싹들도
이 밝은 세상을 보기 위해 모진 기를 쓰고 고개를 내미는데
하물며
우리 인간세상에서 안되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살기위해서
좀 더 편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했던 결과가
인간대 인간으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면
이 세상 어디가서 마음 편히 발 붙이고 살겠습니까?

동생의 아픔으로 인해
산재의 요청, 불승인, 재심, 승인이 나기까지 과정들을 쭉 지켜보면서
아직까지도 노동자들 세계에서는
억울하게 그들의 아픔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죽어간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난생 처음 근로복지공단이라는 곳도 가 보았습니다.
전 정말 기절할뻔 했습니다.

동생을 두 번 죽이기 싫어서 저도 수많은 동지들과 동참했었습니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서 온몸을 불사르면서
목청을 높여도 눈도 깜짝하지 않고 두 다리 펴고있는 그들을 보면서
정말 내 혈육이고 피붙이였다면 그렇게 냉정한 판단을 내렸을까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정말 오기가 생기더군요
노동자들을 위해 있어야 할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들 마음을 헤아려 주기는커녕 서로 목청 높여 싸워야함이
너무나 한심했습니다.
이 나라가 누구 때문에 살아가는데 그들이 누구 때문에 그런 위치에
존재하는데
정말 우리 노동자들이 비참하고 불쌍했습니다.

전 그때 생각했습니다.
힘이라도 있고 목소리라도 커야 사람 대접을 받겠구나 라는 것을 요

동지 여러분들
그래도 전 살아나갈 희망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의 크나 큰 힘과 끈끈한 우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1차 불승인은 났었지만
끊임없는 여러분들의 응원에 재심을 거쳐 이번에 산재승인을
받았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안 계신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 듭니다. 
저는 산재승인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도 마음이지만
너무나 가슴이 아파 울었습니다.
동생이 살아 생전 이 소식을 접했다면
얼마나 기뻤을까? 하는 마음에 너무나 서글펐습니다.

한사람을 떠나보낸 그 빈자리는
그 어떤 무엇도 바꿀 수도 채울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문득 문득 떠오르는 기억들은
아파하다 정신까지 잃어
자기 자신을 포기해버린 생각들로 가슴이 아프기만 합니다.

동지들!
힘을 내시고 내 가족, 내 형제, 우리의 동료들
지킬 수 있을 때 지키고 힘이 되어 주십시오
떠나고 나면
일억 천금 만금 종이 한 장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 건강 정신 건강인데
아무리 건강했던 사람도
병마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물음표 인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사회적 여건이
노동자들 뜻을 다 다듬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계기로 인해 많은 것을 깨우치게 되었고
좀 더 우리 노동자들의 틈새에 끼여
많은 아픔과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눈높이를 같이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또 이런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모두들 건강하시고
두 번 다시 동생처럼 이렇게
억울하고 고통 받아 가는 부당한 일이 없었으면 하는게
저의 마지막 바램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노동 동지 여러분들
감사의 말씀을 끝으로
멀리서나마 파이팅을 빌겠습니다.

대구에서 고 여종엽의 누나 미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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