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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의 마지막 일기

2000년인가 사무실에 있는 캐비넷에 체게바라 사진을 붙였다. 담배를 피우는 약간 우수에 젖은 듯한 모습으로 잘생긴 얼굴. 가끔씩 시선을 보내며...체게바라평전도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체가 직접 쓴 일기를 보면서 어쩌면 화려한 추앙 뒤에 감춰진 현실을 본 듯한 느낌을 갖는다. 여기에는 체가 서른 여덟, 아홉 나이에 볼리비아의 어느 깊은 산골짜기에서 체포되고 총살 당하기까지 살아온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위대한 영웅으로 포장되었지만 사실상 때론 동지로, 때론 적으로 치열한 현실 속 대립을 피하고 혁명을 위한 게릴라로 삶을 선택했던, 어쩌면 할 수 밖에 없었던 개인의 판단까지가 보인다. 동맹군이라 믿었던 소련의 믿을 수 없는 태도, 남미 혁명가들의 판단의 차이 등...

소수 게릴라부대가 볼리비아를 해방시킬 수 있다는 낙관적인 판단은 어디서 나왔을까. 마치 해방직전의 빨치산을 보는 듯하다. 고립되어 산화해간 혁명가들. 하나뿐인 목숨을 역사에 바친 이들. 체는 그렇게 서른 아홉에 죽었다. 죽은 체가 볼리비아 민중들을 흔들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로 쿠바의 카스트로는 체를 영웅적으로 만들어냈다.

휼륭한 게릴라. 그러나 사상가는 아니었다. 마르크스 사상을 믿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온 몸을 던졌을 뿐이다.

가끔은 산길을 걸으며 치열하게 이보다 더욱 험한 산맥을 오르내리며 혁명투쟁을 한 체가 생각이 날 것이다.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산인데, 그 속에 여러 삶이 그려지는 것처럼.

내가 두살이 되던 해인 1967년 10월 9일 체는 갔다. 그 뒤 사십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볼리비아 혁명에 헌신한 맑은 영혼을 기리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차베스, 브라질의 룰라, 그리고 쿠바의 카스트로... 남미는 아직도 혁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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