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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저런 생각

어제 밤 사무실에서 나머지 숙제를 하고 있을 때 한 동지가 "(연락하고,통계내고) 이런 일하는 데 굳이 여기 있을 필요 있을까?" "빠릿 빠릿한 젊은 친구와서 하라고 그만 두는 게 낫겠어"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내 나이 마흔. 연맹에 온지 이제 만 5년을 넘었지만 느즈막히 왔기에 전노협에서 구금속을 거쳐 연맹 터주대감격인 동지들과 같은 부류로 분류된다. "나이 들면 좀 그만 두지."하는 얘기들으면 그렇게 미울 수 없었다. 그래서 속으로'그래 너희는 나이 안드나 보자.' 씩씩 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갈수록 내 마음 속에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 한번 가야할 곳에 안가는 것 같고, 챙겨야 하는 데 그냥 두는 것 같고. 예전에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을 눈 뜨고 못봐서 이리 저리 챙기다 실 전체를 혼자서 챙겨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적도 있었는데...(물론 그 때가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다가 결국 선택은 다른 사람 탓을 댄다. 쟤도 그러는 데 나도 이러면 뭐 어때? 사람의 심보가 고약하다는 것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생각해보면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것들이, 분하고 억울하지만 내가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 형태와 그런 유형에 어쩔 수 없이 '부화뇌동'하지 않았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해를 더해 갈수록 조직의 상태가 건강성을 잃어가니 하는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 참 용하다. 그러나 또한편으로 비참하다. 요즘처럼 젊은 얘들이 치받아 오를때는 더 그렇다.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논리의 앞뒤가 맞고, 치밀하게 계산적이고...상근하는 30대들의 공통적인 모습 아닐까. 그네들 얘기는 걸 듣고 있으면 맞는 얘기인 것 같으면서 왠지 공허하다. 항상 색깔을 구분하며 더 선명한 것을 찾으려든다. 또는 자기가 만든 틀을 들이대며 주변을 재단한다. 이런 걸 두고 오만방자하다고 하는데...이런 저런 생각이 들어 문제를 던지려고 하면 통하지 않는다. 논리의 정합성을 따지면 왜 이런 생각과 문제제기를 하는 지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그 만큼 고민하지 않는다는 거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일까. 경험이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젊고 패기가 있기 때문일까. 내가 선배들에게 혹시 이렇게 하지는 않았던가. 나는 어느덧 전후사정과 조건과 분위기를 고민하는데...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태도와 충돌할 수 밖에. '미래는 과거로부터 온다'고 한다. 오늘 이렇게 현재에서 흘려버리는 과거는 미래를 불안케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오늘 내가 제대로 서야 하는데 어떻게 서는 게 올바른 것인지 항상 혼동스럽다. 여기서 버티고 있는 게 좋은 지 아니면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는 게 좋은 지. 우리 조직이 '할머니의 가설'을 증명하게 하는 그런 곳이었으면 한다. 할머니 (노인)의 경험과 지혜가 아이들을 기르듯이 오랜 활동과 경험을 가진 동지들의 경험과 지혜가 조직을 발전케 하는 불쏘시개가 되었으면 한다. 어쩌면 나는 경계인지도 모르겠다. 신입과 경력의 중간에 끼어 관망자로 있지는 않았는지. 실천이 항상 생각을 못따르면서 그때 그때 느낌으로 살아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영복선생의 '강의'책 앞줄부터 온갖 상념이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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