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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청계밀림을 가다

인천지역일반노조 7월 산행계획 [청계산 4시간 코스]라는 공지를 보고 ‘설악산 대청봉도 올라갔는데 이 까짓 것 식은 죽 먹기’라 여겼다. 인천에서 가평까지 약 두 시간 채 못 걸려 도착한 청계산 밑은 계곡에 불어난 물이 깨끗하고, 저수지가 꽤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 산행을 시작할 때 눈앞에는 울창하게 자란 활엽수 숲이 펼쳐졌다.

5분이나 갔을까 계곡이 나왔고 우리는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바위엔 푸른 이끼들이 착 달라붙어있고, 쑥쑥 자란 고사리들이 많았다.(나는 고비라고 주장했지만 집에와서 틀렸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이 먹는 것은 어린 고사리며, 그 과정을 지나면 잎에 커진다. 고비는 모양이 꼬부라진 게 별로 본 적이 없었던 듯싶다.)

울창한 밀림같이, 숲을 헤치고 나갔다. 계곡을 따라 오른 시간이 약 1시간 반 정도 지나자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길도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땀은 비옷 듯 쏟아지고, 땀이 나자 기쁨도 함께 샘솟았다. 이런 걸 희열이라고 하나. 쉬고 싶지 않아 계속 올라갔다. 유찬이 약간 힘들어했으나 정상부근에선 나보다 앞서 갔다. 조광호 위원장님 다음으로 우리 가족이 1등을 했다.

(..재)정상에 올라 점심식사를 하는 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가늘지만 옷을 적실 만큼 됐다. 급하게 비옷(잠바)를 입고, 산악회 리더인 종수씨가 가져온 후라이(?)를 치고 둘러앉아 각자 가져온 음식을 먹었다. 우리가 준비해온 계란과 감자는 출발하기 전에 아침으로 먹었고, 수박은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동이 났다. 사온 김밥을 먹었는데 4줄은 좀 많았다. 다음부터는 3줄을 넘기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커피도 얻어 마시고, 기념 사진도 찍고, 정상 길목을 막고 약 1시간 가량 있었다.

배가 좀 차니, 돌탑 앞에 청계산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청계는 닭을 외양간에 넣는다는 뜻이라,...에서 보면 ...쪽이여서 청룡을 뜻한다. 청계는 푸른 계곡이 아니다. ..좀 이해가 안되지만 ‘계곡’이 들어간 의미는 아니다는 정도에서 이해했다.

하산 길은 역시 어렵다. 설악산에선 가파랐기에 발에 힘을 주다가 기운이 빠졌는데, 이번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끼낀 미끄러운 바위, 작은 바위가 이리저리 뒹굴고, 왼쪽 오른쪽 낭떠러지 옆으로 길이 나있어 바짝 긴장하며 내려갔다.

얼마 전 체가 볼리비아 혁명을 위해 밀림에서 생활했던 기간에 쓴 일기에 적혀있던 ‘밀림’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다지 크지 않은 산에 이렇게 울창한 숲이 우거지고 마치 밀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며 걸었다. 나뭇잎에 하늘을 가리고, 줄기들이 이쪽 저쪽 길게 늘어져 있어 몇 번이나 머리에 부딪혔다. 약간 후텁지근 했지만 모험의 세계를 즐겼다. 낭떠러지 길 옆에 자란 풀들이 위험을 가리고 있어서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수다’가 없어지고 앞과 뒤 간격이 좁혀졌다. 조광호 위원장님을 제외하고 선두는 가면서 자주 쉬어줬다. 그러다가 나는 보지 못했지만 유찬이가 미끄러져 거꾸로 떨어졌는데 다행히 낙엽이 쌓여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수풀을 헤치고 나오는 과정에서 나는 모기(?)에게 물려 엄청 아팠다. 전체로 보자면 마지막에 길을 확인하다가 종수씨와 헤어져 내려온 것.

산은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진리를 다시 못박아준 산행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산이 이렇게 울창하다는 걸 알았다.

오늘 나의 몸 상태는 잠이 부족했지만 다행히 괜찮았다. 처음 올라갈 때만 빼고.

마지막 맛난 것도 먹었다. 허브나라-뫼우리-꽤 알려진 곳인듯하다. 온실을 만들어 허브를 키우고, 그것을 상품으로 만든 온갖가지 것들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내가 먹은 새싹비빔밥도, 유찬이가 먹은 돈까스도 맛있었다.

식사를 마칠 때 쯤 빗줄기가 굵어졌다가 인천으로 출발할 때부터는 비가 멈췄다. 계곡 물에 발담갔던 설악산과 다른, 사람들이 붐비었던 유명한 산들고 다른, 비오는 날 여름 산행의  모험을 즐긴 하루였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청계산을 한바퀴 다 돌았다. 길잡이가 중간으로 내려오는 길을 잃어서라고 하는데 우리는 훈련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 산행은 추석 지나고 9월 25일경 우악산으로, 10월 넷째주경에는 금요일 밤차타고 일요일에 올라오는 2박 3일 코스의 지리산이다. 작년 9월 산행이었으니 함께 산에 다닌 지 1년 가까이 되면서 산악회 사람들과도 많이 친해졌고, 손꼽아 기다리는 산행으로 내마음에 즐거움으로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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