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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큰 힘주는 여성노동자들

10년 전 동지들이 모였다. 인천에서 제일 큰 옷공장 미싱사들이. 백아무개 어용노조 몰아내고 민주노조를 만들자고 꿈만 가졌던 사람들. 쪽수도 능력도 못되어 노동자들에게 '작은 파문'만 던지고 해고되거나 정리했던 언니, 동생들. 살다보니 그렇게 인연을 맺고 산 10년지기가 됐다. 언니는 낭군 하늘나라 보내고 애비 쏙 빼닮은 딸내미와 함께 살고 있다. 조건부 기초수급자다. 미싱탈때 얻은 직업병으로 허리가 망가진 채 가진 재산 하나 없어 다행히 정부의 큰 혜택(?)을 받는다. 자활센타에서 일한다. 그런데 정부는 12개월 중 1월 한달은 고 퇴직금 안줄려고 놀린다. 굶던지 어쩌던지 알게 뭐냐식이다. 2월부터 다시 가보니 인원은 팍 줄이고, 6명 가지고 월100만원 수익 내겠다고 난리란다. 언니는 발목부터 약10센티가량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한다. 동생 하나는 몇 년만에 인천에 와서 사는 얘길 하고 갔다. 자기 주장 분명하고 마음이 아주 착한 동생이다. 결혼하고 애둘 낳고 보수적이고 제멋대로였던 남편을 180도 바꿔냈다고 한다. 그 몇년전보다 예뻐지고 살이 붙은 이유였다. 빚이 8천만원. 시댁에 보태고 남편 차 때문에 생긴 거란다. 그 때문에 일을 나갔고, 지금 너무나 힘든 일을 해서 근력이 세졌다나. 키고 작고 제 몸무게보다 많은 50Kg짜릴 나르고, 도배, 미장, 물품운반 등 그냥 막노동꾼과 다름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내색 일절 않고 자다가 끙끙앓고 하니 그런 모습을 보며 남편이 차츰 변했다고. 뼈마디 마디 성한 데 없지만, 집에 돌아오면 애들 보랴 집안 치우랴 그렇게 산다고. 그래도 밝았다. 다른 동생하나는 공부방 선생님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방송통신학교로 10년 공부하고 있다. 올해 여름에 학사모를 쓴다. 싹싹하니 곰살 맞은 예쁜이다. 그런 예쁜이가 민주노동당 활동하느라 생활비 한푼 못 가져다주는 남편땜에 속을 끓인다. 바가지 안긁는 편이다. 나처럼 관심을 끊고, 공부방에서 버는 몇십만원으로 2005년을 사는 알뜰 주부다. 20대 젊은 노동자들이 30-40대 중년 노동자로 바뀐 모습들. 그러나 여전히 착하고 순진하다. 가진 것 없는 고통, 어려움, 꿋꿋이 이겨내며 산다. 나를 가슴까지 노동자로 만들어 줬던 나의 동지들...그들이 오늘 나를 살게 한다. 조만 간 얼마 전 두 동생들, 멀리 마산 사는 언니까지 1박2일 회포를 풀기로 했다. 그들 사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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