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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그리고 사우디

연휴 막바지, 북한이 큰 거 한 방 터뜨렸다. 6자 회담 무기한 불참과 핵무기보유 선언 및 핵무장 강화 선언. 반기문 장관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말 마따나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해온것이 한 두번이 아니지만 이번 건은 꽤 크다.

 

먼저 시기적으로 볼 때 한국의 설날 연휴 마지막날, 중국의 춘절 연휴 기간에 맞춰 터뜨린 것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9일은 설날 이고 일본에서는 북일 축구 경기 까지 있었으니 피했을 테고, 10일 오전엔 반기문 장관이 라이스와 회담을 위해 출국하기도 했다. 기사에도 썼지만 지난 2일 부시는 연두 연설에서 북에 대해 나름의 '유화적 제스춰'를 취한 지라 3월 6자 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하여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라는 높은 수준의 공식적 절차를 통해 전부다 한방에 날려버렸다.

 

북은 부시2기의 정책을 지켜본 결과 예나 다를 바 없다며 체제 말살책동을 여전히 벌이고 있다고 맹공하며 6자회담 불참과 핵보유선언의 근거로 들었다. 이번 성명에 관련된 앞 뒤 사정이나 전망등은 기사를 통해 썼지만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항이 이번 북 외무성 성명에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지금 어리석게도 인민에 의해 선출된 우리 정부를 부정하고 인민의 편에 있다고 하는데 회담을 정 하고 싶다면 미국이 좋아한다고 하는 농민시장 장사군들이나 미국인 만들어 놓았다고 하는 <탈북자 조직> 대표들과나 하라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이번 성명에 들어있다.

 

일단 농민시장 장사군, 탈북자 조직 대표의 실체를 인정하고 나섰다는 점이 의미있다. 이번 성명이 북한 내부에도 전파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은 북 경제에 일정부분 긍정적 역할을 하는 농민시장 장사군과 탈북자 조직 대표를 동격에 뒀다는 점. 이북이 농민시장에 대한 통제에 나설까? 글쎄...그건 힘들다 싶은데...

 

그리고 이런 구절도 있다."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며 우리 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 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다" 물론 이 다음에 바로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선군정치를 따르고 있는 우리의 기질이다"라는 구절이 뒤따르며 예의 선군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자유, 민주주의, 인민의 선택이라는 단어들이 눈에 띈다. 앞에서도 '인민에 의해 선출된 우리 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었고...

 

그간 이북은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말은 참 많이 사용했지만 마치 박정희의 민족적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우리 인민이 선택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왜 사용했을까? 부시가 내세우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당하기 위해? 폭압의 전초기지라는 낙인을 반박하기 위해? 지켜볼 만한 구절이다.

 

여하튼 '폭정의 전초기지'인 이북이 말로 폭탄을 발사한 10일 사우디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40년만에 전국적 단위의 지방선거가 시작된 것이다.

 

사우디에선 60년대 중반 일부 지방선거가 있었을 뿐, 지난 40년간 이마저 중단된 상황이었다. 부시가 연두교서에서 폭압의 전초기지가 북한이니 이란이니 어쩌고 떠들었지만 사우디는 폭압의 전초기지는 커녕 폭압 그 자체인 국가다.

 

닉 버그, 김선일 등이 당한 참수형이 사우디에서는 아직도 공개리에 국가에 의해 실시되고 있으며 오로지 왕족에 의해 통치되고 있고 대의기구 조차 없다. 종교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쥐고 있긴 하지만 선거에 의한 의회, 행정부, 여성 장관등이 있고 집회가 시위가 제한적이나마 벌어지고 있는 이란 같은 나라하고는 천지차이다.

 

이런 사우디를 최고의 동맹으로 두고 있는 부시가 자기네 더러 폭정의 전초기지라 그랬으니 이란은 얼마나 기가 찼을가 싶다.

 

하여튼 이슬람 율법 샤리아와 사우디의 극 보수체제가 과격세력의 토양이 되었다며 미국조차 '혁신'을 주문하고 나섰고 결국 사우디는 못이기는 척 선거를 시작했다. 다음 달 3일에는 2차, 4월에는 3차 선거등 지방선거는 전국으로 확대될 예저이라고 한다.

 

사우디 정부는 군인을 제외한 21세 이상 모든 시민은 투표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물론 여성은 사우디 정부가 말하는 그 '시민'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우디 내무부는 여성 참정권 문제는 4년 후 실시될 차기 선거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허허허.

부시의 '자유' '민주주의' 드라이브의 전초 작업으로 사우디 선거를 평가할 수 있을테지만...기분이 참 그렇다.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의해 국가를 통치한다는 사우디 왕가는 이슬람 형제들 다 죽이는 미국의 역내 제 1의 동맹국이고(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 다봤겠지?) 이스라엘이랑은 서로 못본체 하며 지낸다. 정말 겉다르고 속다른 작자들이다. 하여튼 이라크에는 시아파 정부가 들어서게 됐으니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 앞으로 짱구 굴릴려면 땀깨나 흘리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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