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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사에서 '새벽'공연을 반추함

일요일 땜빵으로 두번째 나온 한나라당 기자실. 일요일에만 나와봐서 그럴까? 분위기는 고즈넉하고 열우당 기자실 보다 훨씬 쾌적하다 ㅋㅋ

 

청와대 회담 이후 완연히 느긋해진 이재오 원내대표의 노비어천가와 열우당 놀려먹기 기자 간담회를 송고한 지금 YTN부스에서 틀어놓은 원숭이 다큐멘터리를 흘끔 거리며 간만에 블로그질. 

 

어제 '새벽' 공연을 보러 갔더랬다. 현장에서 한동원 대표(근데 어디 대표지?)한테 표를 얻기로 했는데 공짜 손님 주제에 약속 시간을 못맞춰 미안했었다. 공짜 손님이라는 자괴감에 어깨가 움츠려 들기도 했지만 보아하니 태반이 공짜 손님들 같아서 곧바로 자신감 회복.

 

관객 중에선 아는 사람, 알만한 사람, 어디선가 한 번 본듯한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그악스러운 386들한테 학을 떼고 있는 중인지라, 맑은 눈빛의 386 관객들이 보기는 좋더라만 깔끔한 입성, 삼성동에 자리잡은 공연장이구나 생각을 하니...작은 생선 가시 같은거 하나가 걸리더라. 그 사람들한테 무슨 특별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억지 부채감을 자극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리고 공연 시작. 오랜만에 윤선애, 류형수 등을 본다는 생각에 참 설레었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난 그 사람들 노래만 들었었지 본적이 없었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새로 만든 노래를 중심으로 열 다섯 곡 정도가 흘러나왔다. 멜로디나, 목소리나 편안했었고 곱씹어 볼만한 가사의 그런 노래들. 워낙 편안한 나머지 심지어 중간에 좀 졸기도 햇다. 중간에 현대 음악 풍의 노래 두 세곡도 나왔는데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탓에 내 귀엔 별로더라.

 

프로그램지에 소개된 대로, 윤선애 김묘진 류형수 등 새벽 멤버들은 메아리에서 부터 시작해 노문연을 거치며 1993년까지 저 평등의 땅에, 선언, 철의 기지 등을 발표했고 바리케이트 앨범도 발표했다. 때로는 가슴을 후벼파는, 떄로는 소시기의 변혁이론을 조악할 정도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노래들을 발표했었다.

 

따지고 보면 난 새벽이 해체된 이후에 새벽 노래를 듣기 시작했지만 내가 좀 늦된 탓인지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발표된 노래들을 '좋아라~ 딱 맞네' 하면서 즐겼었던듯 싶다. 

 

하여튼 불혹을 넘긴 새벽 멤버들이 편안한 모습으로 자기 노래들을 부르는 것 보기 좋았지만 앞서 말한대로 가수나 관객이나 관악 출신이라서 이렇게 사회에 '잘 안착했구나' 하는 못된 마음이 좀 들었다. (물론 그들의 신산함을 난 알 수 없고, 새벽의 대표적 스타 조차도 지금까지 이러저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걍 그런 이미지로 다가왔다는거다)

 

'그 시절 센 노래'를 듣고 싶기도 했지만 공연 중에 나오진 않았고 무리한 기대다 내 욕심이다 싶기도 했었다. 2006년 4월 29일에 삼성동서 철의 기지, 바리케이트 같은  노래 부르고 들으면서 좋아하는거야 말로 오리지널 마스터베이션 아닌가?

 

그래도 앵콜요청이 나오니까 '벗이여 해방이 온다' 를 부르더라. 윤선애는 아직도 명불허전이었다. 나보다 10년 선배던데....그리고 첫 공연이 벌어진 그제 28일은 이 노래의 모델이 된 김세진 이재호 열사 20주기 였었다. 들리는 전설에 86년 김세진, 이재호 열사 추모제가 벌어진 관악 아크로 광장에서 윤선애가 수천명의 학생을 앞에 두고 이 노래를 처음 불렀단다. 그 광경과 감동은..안 봐도 비디오다. 

 

 

 기획력 하나만틈은 탐나는 한겨레 21은 이번호에 김세진 이재호 20주기를 핵문제, 한미FTA, 대학사회의 변화와 엮어서 커버스토리를 썼고 오마이뉴스도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작곡한 이성지 를 몇 차례 메인에 띄웠었다. 한겨레 21의 표현대로 반전반핵양키고홈 이라는 당시 구호는 오늘날에도 유의미하다. 평택, FTA....그리고 일부 민족주의 운동 분파에서 이북 정권의 핵 보유를 강성대국 어쩌고 자랑스러워 하는 현 상황에서 그 구호는 더 적실하다 싶다. 

 

참여연대 장유식 변호사가 현재 김세진-이재호 추모사업회를 맡고 있다. 곧 성과물이 나올거란다. 설마 그럴리야 없겠지만....열사정신 이어 받아 한나라당 반대하고 '개혁세력' 만만세가 될까봐 걱정이 한 편 되기도 한다. 

 

같이 공연 보러 간 새벽길 선배, 방송인 홍씨와 간만에 술을 먹었다. 오래 먹으면서 이야기 했는데, 이러저러한 판단을 돕는 다는 명목으로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아주 쪼금 후회된다.  

 

주저리주저리 길어졌지만 요약하지만 공연은 참 좋았고, 가슴 한 구석이 찝찝한 것도 사실이란거다. 꺅꺅 거리고 넘넘 좋았어 하고 금방 까먹는것보다 차라리 이런 찝찝함 남기는 것이 낫다 싶다. 

 

생각해보니 이재호 열사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재오-이재호 이름이 참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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