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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L 결승을 앞두고 이윤열 최고의 경기 소개

  • 등록일
    2006/11/16 16:47
  • 수정일
    2006/11/16 16:47

오영종의 경기는 4강전을 소개했으므로,

이번에는 이윤열의 최고의 경기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몇년동안 봐온 이윤열의 경기를 보면

멋진 게임들은 정말 많았지만,

그 중에 최고로 멋있었던 경기를 꼽으라면 단 한 경기다.

 

작년 10월에 있었던

온게임넷 구룡쟁패 1차 듀얼토너먼트 F조 5경기 '이윤열 vs 강 민'

 

물론 이 글은 작년 10월 4일에 나의 실명홈페이지에 내가 올렸던 것을 퍼온 것이다.

그 당시에는 정립이 되지 않았던 용어들을 조금 정리하였다.



1차 듀얼토너먼트의 조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네명의 선수가 만났다.

 

'팬택&큐리텔'의 에이스 이윤열

'KTF'의 승리를 부르는 이름 강민

'KOR'의 에이스 차재욱

'GO'의 MSL우승자 마재윤

 

이 정도 멤버라면 스타리그 16강이라고 해도 죽음의 조라고 볼 수 있는 정도다.

듀얼토너먼트는 선수들에게는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하는 경기이고,

또 그만큼 명승부가 많이 나온다. 특히 4,5차전으로 갈수록 그렇다.

지면 예선부터 다시 올라와야 하는 탈락인 경기에서의 승부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1차전 이윤열 vs 강   민 -> 이윤열 승

2차전 차재욱 vs 마재윤 -> 차재욱 승

3차전에서 차재욱이 이윤열을 제압하면서 2승으로 조 1위를 확정했고,

4차전에서 강민이 마재윤에게 강민특유의 수비형프로토스로

40분 넘는 장기전끝에 승리한다.

 

이렇게 해서 5차전까지 왔는데, 결국 5차전은 다시 이윤열과 강민이 만났다.

둘은 유난히도 절친한 친구였고, 같이 성장해왔고, 또 그만큼의 라이벌이다.

 

맵은 1차전과 같은 R-Point.

강민은 11시, 이윤열은 7시.

초반에 이윤열은 FD빌드의 형태로 준비를 하는데,

강민은 9게이트 정도의 빌드로 시작하여 1질럿으로 먼저 공격을 감행한다.

이윤열의 초반 빌드상 이제 마린이 1기일때, 질럿이 달려온다.

그 마린은 정찰온 프로브를 제압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민의 질럿이 아무런 방해없이

테란의 본진에 들어왔고, 아직 팩토리가 완성되지 않았을때, 팩토리를 짓던 SCV를 잡는다.

 

어찌어찌 팩토리는 완성되었으나, 강민은 드라군이 추가되고,

이때부터 이윤열이 불리해진다.

드라군이 올라왔을때, 이윤열은 벌쳐를 1기 생산하여 질럿을 제압하면서,

팩토리에 머신샵을 건설하였다.

(여기서 벌쳐생산없이 바로 탱크로 넘어가려고 했으면 강민의 러시를 막을 수가 없었다.)

마린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은 SCV를 다수 동원하여

강민의 드라군 1기를 언덕 아래로 몰아낸다.

입구에 SCV를 4기나 배치해놓고 버티면서 어쨌든 탱크를 생산한다.

강민은 코어 이후에 일단 2게이트로 진행했었고, 드라군을 계속 추가하면서

바로 앞마당을 확보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강민의 드라군은 이윤열의 입구를 학익진으로 봉쇄하고 있었다.

이윤열은 1팩토리 이후에 일단 엔지니어링 베이를 짓는다. 그리고 입구에 터렛 건설.

이윤열도 강민이 무얼하는지 모르는 상태고, 혹시라도 다크템플러로 진행했으면,

그 타이밍에 터렛을 짓지 않으면 다크를 막을 수가 없다.

 

여기쯤에서 계산을 한다면, 이제 이윤열의 해법은 거의 없어보였다.

강민이 멀티를 하는 동안, 이윤열은 존재하지도 않는 다크템플러에 대한 대비를 해야했다.

이것이야말로 프로토스가 이기는 아주 고전적인 시나리오다.

이제 강민은 앞마당 이후에 게이트웨이를 4개로 늘렸고, 곧 물량이 늘어날 것이다.

옵저버도 나왔고, 멀티도 없는 이윤열이 마지막으로 무엇을 준비하는지만 알면,

그에대한 대비를 하면 그만인 상태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에 이윤열의 팩토리 머신샵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이윤열은 1팩토리에서 탱크만 생산하였는데, 머신샵을 돌린 적이 없었다.

탱크가 2기 있을때, 드라군은 5기가 있었고, 그 탱크는 시지모드가 개발이 되어 있지 않았다.

시지모드를 개발하지도 않았다. 팩토리 머신샵은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애드온을 돌릴 자원의 여력도 없었을 것이다. 한동안 SCV다수가 일을 못했고,

터렛도 지어야 해서 엔지니어링 베이도 지었다.

그냥 언덕위의 이점으로 버티면서, 프로토스가 이런 상황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을 이용했다.

그 정도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면서도 이윤열이 머신샵을 돌리지 않았던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이윤열의 절박한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윤열만이 생각할 수 있는 고도로 계산된 발상이라고 본다.

 

그 발상이 무엇인가? 지금 이윤열의 선택의 문제에서 일단은 터렛을 짓는데까지는

자원적인 여력이 전혀 없이 진행되었을거라고 본다. 이윤열의 선택은 그 후의 일이다.

당장의 방어가 좀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제 본진에서 캔 자원이 쌓이게 된다.

아직 팩토리가 1개이기 때문이다. 자원이 쌓인다는 것도 많이 남는 게 아니라,

팩토리 하나를 더 돌릴만한 자원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팩토리가 없다. 물론 팩토리 머신샵에서 아무런 기술도 개발하지 않았다.

당신이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이윤열이 만든 것은 탱크밖에 없다.

상대 드라군이 언제 치고올라올지 알 수도 없는 상태다.

어차피 테란이 당장 진출하는 것도 힘들다.

 

이런 상황이라면 일반적인 테란유저 100명을 가져다 놓으면

100명 모두 팩토리 머신샵에서 일단 시지모드를 개발할 것이다.

프로게이머라고해도 그 중에 99%는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시지모드를 개발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시지모드가 개발되면, 어떻게든 앞마당을 먹으려고 할 것이고,

불리하지만 기회를 엿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왜 그렇게 되냐면, 그게 유닛의 효율이고,

당장의 압박에 대한 부담을 벗어나고 싶은 부분도 있고,

또 손이가는 대로 해도 이런때는 일단은 늦었지만 1팩더블커맨드의 형태를 갖추는 게

보편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프로토스가 앞으로 실수를 하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겠지만,

프로토스도 한번만 실수를 해준다면 테란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방법이다.

해설자들도 지금은 한방으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나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유는 이윤열이 3팩으로 먼저 올린 것이 아니라

강민이 앞마당을 한 이후의 4게이트를 확보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즉, 한방조차도 늦어버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한방조차도 늦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농락모드다. 그만큼 불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윤열은 여기서 그 약간의 남는 자원을 팩토리를 늘리는 데에 사용한다.

두번째 팩토리 짓고 있을때쯤에는 또 자원이 남을 것이다.

여전히 돌리는 팩토리는 하나이니까. 그러면 팩토리를 또 짓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노멀티 3팩토리이다.

 

자, 그러면 이렇게 만든 3팩토리가 돌아갈까? 충분히 돌아간다.

본진에서 3팩토리를 해도 미네랄이 미세하게 쌓인다.

본진 미네랄이 8덩이여도 미네랄이 쌓인다.

결국 3팩토리에서 생산함에도 조금씩 남는 이 자원으로

이윤열은 팩토리 머신샵을 돌리는 것이다.

이것이 이윤열이 듀얼토너먼트 피시방 예선으로 떨어질 최대의 위기에서 선택한

마지막 승부수였다.

 

 

탱크가 6~7기쯤될때, 머신샵이 없는 2개의 팩토리에서 벌쳐가 생산되기 시작했고,

이때 이윤열은 SCV를 4기정도 동반하여 진출을 시작했다.

진출하면서 이제 시지모드 개발시작.

강민은 이미 4게이트가 다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강민의 진영에서는 옵저버도 나왔고, 옵저버가 이윤열의 의도를 파악하러

이윤열의 진영으로 날아가고 있을때였다.

 

이윤열이 강민의 눈앞에까지 탱크를 몰고왔을 때, 시지모드가 개발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벌쳐의 스피드업 개발.

이윤열에 대해 또한번 탁월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부분이다.

여기서는 스파이더마인이 아니라 벌쳐 스피드업을 먼저 하는게 옳다.

(거의 대부분의 프로토스전에서는 스파이더 마인을 먼저 개발하게 되지만...)

어차피 다크템플러에 대한 부담은 터렛도 있고 하니 괜찮다.

중요한 것은 병력이 얼마나 빨리 조이기라인에 충원되느냐이다.

 

강민은 앞마당을 하고 게이트가 4개로 늘어났을때,

아직 옵저버가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웅크리고 있는 이윤열을 보면서 벌쳐게릴라나, 드랍십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전진해있던 드라군이 어느순간 본진으로 돌아가있었다.

그것이 이윤열의 승부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드라군이 입구에서 학익진을 하고 있었다면

이윤열의 병력은 자신의 입구를 나올 수 없었다. 시지모드도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시지모드 타이밍은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팩토리 머신샵이 몇번이고 돌아가고도 남았을 타이밍이기 때문에

강민의 드라군은 입구에서 농성할 수 없었다.

 

결국 이윤열의 매우 늦은 노멀티 3팩토리지만,

그 타이밍 하나만큼은 최적화된 조이기에

강민은 병력을 다 잃고 지지를 칠 수 밖에 없었다.

 

강민이 드라군-질럿으로 이윤열의 입구를 뚫어볼만한 적도 있었고,

강민이 입구에서 계속 농성만 했어도 이윤열이 진출할 수 없었고,

강민이 옵저버로 가지 않고, 다크템플러로 진행했어도

이윤열이 당장 다크템플러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한번이라도 테란의 메카닉병력을 소모시키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강민이 질 수가 없었던 게임이다. 물론 강민이 멀티를 한 것은 나쁜 판단은 아니었다.

강민이 특별하게 실수한 것은 없다. 다만 이윤열이 무엇을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역전을 허용한 것일 뿐이다.

 

이런 식의 테란은 정말 천하제일의 고수만이 생각할 수 있는 테란의 마인드다.

스타크래프트는 이런 것이 재밌는 게임이다.

강민이 그렇게 하지만 않고, 다른 어떤 길을 갔어도 당하지 않을 것이,

바로 하필이면 그렇게 했기 때문에 당한 것이다.

 

 

이윤열 승

 

 

하지만, 이윤열은 강민에게 이렇게 멋지게 이겨놓고는

2차 듀얼토너먼트에서 삼성전자의 박성준, 송병구에게

연패하여 PC방 예선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때 떨어져서 지금 다시 올라온 것이고, 결승까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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