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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 등록일
    2006/11/24 03:21
  • 수정일
    2006/11/24 03:21

투덜 투덜님의 [슬픔과 분노에 관한... - 이소라 3집] 에 관련된 글.

이소라에 대해 처음 접했던 앨범은 2집 - [영화에서처럼]이었지만,

(1집은 나중에서야 듣게 되었다는. 그땐 전혀 몰랐으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진정 내것과 같아져 버렸던 시기는

3집 - [슬픔과 분노에 관한]이 발매된 이후였다.

 

내가 한참동안 좋아하던 가수였던

김민종이 Featuring했던 '우리다시'라는 곡을 처음 들었고,

그게 너무 좋아서, 사버렸다.

그리고, '믿음'과 '우리다시' 이 두곡이 지나고 난 뒤의 슬픔의 시간들을 맞이했고,

'금지된'에서의 피아노와 일렉트릭기타의 선율을 느낄 때면,

어둠속에 갇혀 있던 나를 끌어내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금지된'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늘 거기까지만 듣고도 만족했으니까.

특히 "저 원칙의 엄숙이 자를 높이 들어 나를 미치게 해."라는 부분에...

 

몇달이 지난 뒤에서야 하나씩 살펴보게된 나머지 다섯곡에

내 모든 감성을 맡겨버릴 거라고는 처음에는 상상도 못했다.

 

'Curse'는 그저그런 발라드로 들렸고,

'피해의식', '나의 일', '너의 일'은 한두번 들었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들으면 들을수록 서서히 나를 조여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소라의 감정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가 어떤 상태일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게 그녀가 나를 꼼짝못하게 만들려는 음모였다고 해도, 나는 어쩔 수 없었다.

내 것만 보이고, 내 이야기만 보이고, 나의 슬픔이, 나의 분노가 보일 뿐이었다.

 

고3때 어느날 서울에 놀러왔다가, [슬픔과 분노에 관한] CD를 서울에 두고 왔다.

간단히 말해서 잃어버린 것이다.

한동안 잊고 살다가, 대학에 들어온 뒤의 어느 날, 그 CD를 다시 샀다.

그리고 아직까지 집에 잘 모셔두고 있다.

(라고 생각했으나, 다시보니, 케이스가 금이 갔다. -_- 가사 적힌 종이도 없고.)

 

놀라운 것은 CD를 다시 산 뒤에는 이 앨범을 그렇게 많이 듣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노래방을 제외한 다른 어떤 곳에서든, 발라드 같은 걸 부르는 모드가 되면,

가끔씩 'Curse'를 불러서, 사람들 표정을 다 굳어버리게 만들기도 했으나,

정작 노래방에 가도 [슬픔과 분노에 관한]에 수록된 곡들은 잘 찾지 않는다.

집에서도 잘 듣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소라는 맨날 좋아하는 가수 1순위다.

그리고 남들이 앨범을 추천하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슬픔과 분노에 관한]을 꼽는다.

 

그 중에 내가 그래도 가장 많이 들었던 '금지된'

또 내가 고등학교때 너무너무 좋아하던

베이시스의 정재형이 작곡하고, 피아노까지 친 곡이라는 거지.

 



 

검은 밤이 내 진의를 숨쉬게 하면
얕은 잠이 새 밀회를 꿈꾸게 하면

 

음험한 얘기들 못내 그리고
선행의 시간들 다 멈추니

 

내 고귀한 이성이 매를 높이 들어
나를 병들게 해 숨이 막히는 죄의식
저 원칙의 엄숙이 자를 높이 들어
나를 미치게 해 줄에 매인 시간들

 

 

저기 멀리 새 밀애의 시간이 보이면
이미 여기 내 도덕의 종말이 닥치면

 

황홀의 머리를 올려 세우고
굴욕의 지옥을 다 볼테니

 

내 고귀한 이성이 매를 높이 들어
나를 병들게 해 숨이 막히는 죄의식
저 원칙의 엄숙이 자를 높이 들어
나를 미치게 해 줄에 매인 시간들

 

내 고귀한 이성이 매를 높이 들어
나를 미치게 해 줄에 매인 시간들

줄에 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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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5월 이소라 3집 [슬픔과 분노에 관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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