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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 등록일
    2007/04/01 19:57
  • 수정일
    2007/04/01 19:57
그냥


1. 아침에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다. 아버지도 밤새 생각하셨겠지. 서울에 오셔봤자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시게 되기까지... 오지 않으시겠단다. 내겐 다행스런 일이지만, 또 아버지는, 그리고 그 옆에 계실 어머니는 계속 신경쓰고 계실테다. 걱정이다. 2. 나는 연애는 독점적이라고 생각한다. 연애는 원래 독점적이니까, 연애의 대상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별을 두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그걸 의도했든 아니든 결국 독점적으로 되어갈 거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독점적이라고 해서, 그게 곧 일자연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독점"의 주체는 한명이 될 수도 있고, 여러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어느 쪽이든지, 독점에서 배제된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3. 어제 번개가 끝나고 난 뒤에 그 흔적들을 계속 치우지 않다가, 조금 전에서야 대강 치우고 밥도 먹었다. 무려 4일만에 밥을 해 먹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밥이 먹기 젤 편한 것 같다. 어제 남은 과일들 중에 깎아놓은 사과와 방울토마토는 내가 다 먹었다. 4. 장기 3단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목표로 삼았으나, 이루려고 그리 열심히 노력하지는 않았는데, 오늘 단 20분만에 해결했다. 5. 무기력하다. 여전히 무기력하다. 밖에는 나가지 않았다. 주위의 사물들은 나를 귀찮게 한다. 그러면서도 가끔 핸드폰을 멍하니 쳐다본다. 시계를 보기 위한 것도 있고, 어떤 사람들의 전화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지금은 아프지는 않다. 견딜만하다. 나도 참 단순하다. 어떤 일들과 전혀 상관없는 긍정적인 자극으로 기분이 급격하게 좋아지기도 한다는 거~ 6. 분신 분신 기사를 봤다. 기사를 보고, 그 쪽을 쳐다보기 싫어졌다. 무서워졌다. 무기력한 채로 멍하니 앉아서 집회조차도 가지 않은 나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오늘 쓰려던 글들은 분신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7. 스타크래프트 다시 VOD를 보기 시작했다. 지난 MSL 결승전을 봤다. 역시 나는 프로토스가 이기는 경기를 좋아한다. 8. 화투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가 혼자서 화투갖고 노는 걸 보고 있노라면 그건 정말 재밌는 일이었는데, 그리고 나도 예전에는 종종 그러고 놀았는데 오늘은 내가 잠깐 그 짓을 하고 있자니, 이게 뭐하는 건가 싶었다. 할아버지는 그 오랜 세월을 혼자서 화투와 씨름하셨으니 (도박했다는 게 아니다.) 참 대단하신 분이었다. 9. 소송 며칠 전에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을 읽었다. 남들은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던데, 나는 너무나도 술술 읽었다. 그런 심리상태. 어디서 많이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내가 이상한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 역시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나의 무기력에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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