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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

  • 등록일
    2007/04/16 00:04
  • 수정일
    2007/04/16 00:04
사치스러운 이야기


나는 이성과 연애를 하면서도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건 동성애에 대한 무한한 이해를 하는 사람으로 보여야 하니까... 나는 사교육으로 먹고 살고 있으면서도 '사교육은 대략 좋지 않다'는 입장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교육의 과정에서 가끔씩 정치적인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걸 은근히 즐기면서, "나는 이렇게 하니까 괜찮아"라고 자위하고 있다. 그래야 좀 더 도덕적으로 보이니까... 나는 채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부모님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있다. 사실 나는 '부모님의 과도한 걱정'에 대해 한치도 맞서지 못하면서, 그보다 좀 더 만만한 사람들 앞에서만 채식을 말하고 있다. 설령 채식이 부르주아적인 사치라고 하더라도, 육식을 거부하는 것이 거부하지 않는 것보다 조금은 더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 같잖아. 나는 여성주의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드러낸다. 그래야 좀 더 도덕적으로 보이니까... 나는 하는 것도 없는 주제에, 그래도 학생회에 대해서 관심을 드러낸다. 그래야 아직도 정치적 고민들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등등등... 내가 그렇다는 이야기. 그리고 부메랑처럼... 칼날은 몇번이고,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당신의 속도 뒤집어 놓았을 게다. 이게 내가 맺고 있는 어떤 관계들의 현실이다. 당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거 알고 있다. 나는 후까시 잡는다고 비난을 듣고, 또 그 비난의 근거에는 나에게서 진정한 고민을 발견하고 싶은 당신의 욕망이... 언제나 거리에서 팔뚝질을 하고 있을 나를 상정하고, 그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 대해서 저렇게 씹어버리는 건, 사실은 당신이 그렇게 자신을 상정하고,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당신을 스스로 죽여버리는 행위. 당신의 현실적인 고민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 그 속의 혼란. 제발 이렇게 생각하지 말자. 당신의 꿈에 비해, 많이 어긋나더라도, 우리가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래도 꿋꿋하게 살자고. 여전히 당신이 집회가자고 했던, 그 며칠전 전화가 너무 고마웠던 스캔. 그리고 오늘 비보를 듣고, 어디선가 절망하고 있을 지도 모를 당신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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