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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 과목 종강을 했다. (이 과목은 기말고사도 없다.)
이제 네 과목만 종강을 더 하면 되고,
그 중에 또 한 과목은 오늘 종강한다. (물론 이건 기말고사가 남지만...)
그 과목의 종강은 약간의 서운함이 깃들여져 있었다.
내가 학교를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건 전혀 없지만,
그 과목 종강은 정말로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강사가 암수술을 받아야 하기 때문.
마지막 수업이 끝날 때,
나는 강사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말 한마디라도 해주고 나와야겠다고 생각만하다가
끝내 아무 말도 못하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무런 할 일 없이 전산실에서 멍하게 앉아 있고, 시간을 때우다가
집에 가야겠다고 전산실을 나왔는데,
학교에는 아직 장터가 많이 열리고 있었다.
그 중에 채식장터도 있었고, 나는 그것을 보고나서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어쩌지 못하고 있었는데
또 마침 우리과 애들도 장터를 하고 있더라.
그래서 애들이랑 술을 막 먹고, 날이 어두워지자, 자리를 정리했다.
00학번 어떤 친구와 01학번 어떤 친구랑 셋이서
이 00학번 친구네 집에 가서 또 놀자고
00학번 친구네 집 근처에 있는 전철역까지 갔는데,
(나는 우리 집에 올라면, 그쪽 전철역으로는 갈 이유가 없는데...)
00학번 친구가 자기 피곤하다가 나보고 거기서 헤어지잔다.
그러면서 01학번 친구랑 둘이서 어깨동무하고 가지 않던가.
(이 01학번 친구도 그 동네에 사는 모양이더라)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다시는 저 녀석이랑 술을 먹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툴툴대면서 돌아서서,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 왔다.
집에 오면서 아채가게에서 가지와 순두부를 샀다지.
어쨌든 방문을 열었고, 사온 것들은 냉장고에 쳐 넣고,
나는 바로 뻗어버렸다. 그리고 지금 (02시 30분) 일어났다.
일어나서, 00학번 친구가 피곤하다고 거기서 헤어지자고 한 것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계속 술 마시러 갔으면, 지금쯤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여튼 다시는 저 녀석이랑 술을 먹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내 머릿속에서 재빨리 취소시켜 버렸다.
오늘 또 마시자~
계속 보기...
갑자기 지난주 금요일의 어떤 기억이 생각났다.
길에서 누군가를 정말 우연히, 그리고 무려 6년만에 만났다.
"잘 지내?"
"너가 이름이 뭐더라..."
"○○○요"
"나는 ○○○○에 다니고 있어."
"저는 학교 다니고 있어요."
"졸업하면 뭐할거야?"
"졸업하면 놀아야죠."
"너가 몇 학번이더라."
"99요"
"연락하는 99 친구들은 있고?"
그 속에서 말하는 99 친구들이 누굴 의미하는 지 알면서도,
나는 그 사람이 의미하지 않은 다른 99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저는 연락 안하고 지내요."
그렇게 말한 걸, 그날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면서,
두고두고 기억해냈고, 그리고 후회했다.
그리고 어제, 그때와 비슷한 시각에 다시 그 길에서
그 사람이랑 매우 닮은 어떤 사람을 보고,
나는 그 사람인 줄 알고, 가까이가서 얼굴을 들여다 봤으나, 아니었다는 거지.
그 민망함이란.ㅋ
하지만 민망함보다도 중요한 게 있어.
나는 그 사람을 다시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애써 외면하지 않으려고 했을까?
그걸 나도 모르겠다는 거야.
금요일에 이야기했던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진전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대가
그런 미련 같은 것이 아직 나에게 남아있었다는 것.
그것밖에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또 언젠가 만날 날이 있겠지.
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은 것은 잘한 걸까?
댓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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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벌써 종강인건가..부가 정보
스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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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잠좀 자자..응??? 그리고 쥬느 포스팅에서 덧글 봤는데, 내가 내머리 보고 귀엽다고 하면 안되는거냐?? 히히. 스캔이 그렇게 말한 '경지'의 기준은 대체 뭔지...흠...어려운가? 질문이..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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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i // 특별히 이 두 과목만 종강이 빠르죠.ㅋ스머프 // 왜 내가 제발 잠을 자야하는 걸까요? 그리고 자기가 귀엽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제가 태어난 이래로 스머프가 처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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