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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는 협상을 할 줄 모르거나,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

  • 등록일
    2007/08/02 01:01
  • 수정일
    2007/08/02 01:01
최근에 탈레반과의 협상이 어쨌든 잘 안되고 있단 말이다. 이미 두 명이 죽었고, 또 남아있는 21명의 인질도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근데, 과연 최선을 다하고는 있는 건가?


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협상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탈레반은 인질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포로를 석방하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포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석방하는 일이고, 한국정부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이다. 그래서 한국정부에서는 탈레반에서 원하는 요구조건을 들어줄래야 들어줄 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 다음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특사라는 사람이 파견되었느냐,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을 만났느냐... 이런 게 뉴스에 계속 오른다. 탈레반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아프가니스탄 정부다. 그래. 그 판단은 인정하겠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는 절대로 포로를 풀어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답답한 일이다. 인질은 한국인인데, 탈레반이 요구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포로를 풀어주는 것이니... 한국정부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자. 결국 남는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인질을 구해내기 위해서 한국정부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이다. 이 대목에서 모두들 갑갑해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갑갑한 일이 아니다. 다만 정부 관계자들이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일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간단하다. 한국정부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협상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왜 한국정부에서는 협상카드를 제시하려고 하지 않는가? 탈레반에서는 자신들의 요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건 안되는 상황이다. 탈레반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계속 협상이 끝나고, 더 이상의 추가 논의 없이 인질이 한명씩 죽어가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정부에서는 이제 탈레반에게 새로운 협상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해 줄테니 인질들을 풀어달라...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 한다. 탈레반에서 무언가를 요구하면, 그것을 들어줄 수 있는지 아닌지만 판단하고 있는 한국정부, 그리고 한국의 언론. 어떤 카드를 가지고 인질을 구하기 위한 협상에 임해야 하는지 말해야 한다. 나는 이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탈레반에게 던질 수 있는 협상카드들 중에 가장 확실한 것은 철군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철군 이외에도 다른 카드들이 존재할 수 있다.) 즉, 한국정부에서 먼저 나서서 "우리가 철군할테니, 인질들을 풀어달라"라고 해야한다는 이야기다. (또는 "우리가 ○○○를 해 줄테니, 인질들을 풀어달라"라고 해야 한다.) 물론 탈레반이 이런 요구도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든 생각해야 한다. 인질들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다면, 이 협상에 있어서 한국정부가 해결할 능력도 없는 탈레반의 요구에만 계속 끌려가지 말고, 공세적으로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 왜 그렇게는 하지 않지? 이런 거 모를 리 없을텐데... 사실은 인질들을 살리는 것보다 국가의 이익을 먼저 재고 있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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