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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 등록일
    2007/08/01 12:06
  • 수정일
    2007/08/01 12:06
1. 어제 오후에 과외를 끝내고, 오늘 과외를 미루려고 다른 과외집에 연락했으나, 연락이 계속 안되다가, 오후 9시가 넘어서 연락이 왔다. 그래서 미루는데 성공하고, 바로 버스를 타고, 고향으로 왔다. 고향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 아빠랑 엄마랑 1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내 방(이젠 내 방이라고 규정하기도 애매하지만...)으로 들어와 잠들었다.


뭔가 분주한 듯한 소리에 일어났다. 이미 아침 밥상이 거의 다 차려진 상태였다. 계란과 오징어젓갈이 눈에 걸린다. 된장국을 먹는데, 동물성 조미료('다*다'같은 거)를 넣은 듯한 맛이 확 느껴진다. 눈치를 살피다가 일단은 그냥 계란은 먹었다. 3. 아침드라마 밥을먹으면서부터 아침드라마를 다 봤다. 이거 뭐, 3개다 처음보는 드라마였지만, (내가 평소에 그 시각에 일어나지 않으니..) 상황이 아주 쉽게쉽게 이해가 되는 드라마였다. 아빠는 내가 처음 보는 드라마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는지, 누가 뭐하는 역할인지,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느라고 바쁘다. 뭐, 그러지 않아도 대충 보면 다 아는데.ㅋㅋ 아침드라마의 특성상 안 보다가 봐도 다 알 수 있는 것 같다. 4. 가수 정재은 내게는 가수 이미자의 딸로만 인식되고 있던 정재은이라는 사람. 아침드라마가 끝나고, KBS2에서 '남희석 최은경의 여유만만'이라는 프로그램에 정재은이 출연했다. 그녀의 삶. 결코 쉽게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그녀는 방송이 끝날때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자신의 혈연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윗층에 살고 있었다는 인연으로 만나서 친분을 쌓고 교감해온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아니,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이미자의 딸로 인식하고 있을 때에, 그녀는 이미 일본에서 자신만의 음악으로 또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걸 보지 못한 것은 오히려 나였고, 그녀를 이미자의 딸로만 추억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녀의 집을 촬영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녀의 친구들이 그녀의 집에 와서 같이 어울리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들. 너무나 반가웠고, 다들 너무나 예뻐보였다. 나의 꿈이 저기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이렇게도 따뜻한 말인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음악을 알고 싶어졌다. 5. 채식을 말하다 아빠가 저녁에 무얼 먹고 싶은지 물어봤다. 그러면서 네가지를 제시했는데, 갈비찜, 닭백숙, 삼계탕, 보신탕. 그래서 나 채식한다고 말했다. 해물도 안먹는다고까지 말했다. 물론 채식을 하게된 이유에 대해서는 우선은 몸에 더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부모님은 채식이 나의 건강을 해칠것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 저녁에는 저 네가지 메뉴중에 하나를 봐야할 듯 싶다. 좀 애매한 게, 내가 부모님이랑 매일매일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몇달에 한번 이렇게 만나는 관계인데, 그것도 부모님이 사는 곳에서 내가 채식을 하니까, 내가 왔을 때는 저런 음식들을 먹지 말자고 하기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뭐 어느정도는 채식에 대해서 인정을 받은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건 내가 서울에서 혼자 살 때의 이야기일 뿐이다. 아빠는 그래도 해물은 몸에 좋다고 하신다. 이거 또 쉽지 않은 문제다. 6. 자전거 어젯밤에 심야차를 타고 고향에 온 이유는 오늘부터 여기서 자전거 특훈을 하기 위함이었다. 여기 땅은 평지인데다가 차들도 별로 안 지나다니니까, 자전거 몰고 다니기 더없이 좋다. 그런데, 집에와서 보니 자전거가 없다. -_- 팔아먹었나... 7. 해수욕장 자전거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도, 일단은 놀러나왔다. 집근처에 있는 해수욕장에 10분정도 걸어서 갔다. 해수욕장에는 모래와 바다의 경계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웬 카드업체에서 자기네 카드 홍보하려고 자기네 카드 이름이 쓰여진, 차양막을 매우 많이 가져다 놓았고, 그 차양막은 파도에 의해서 물이 닿는 곳에서 불과 몇 미터 앞에까지 있었다. 사람들은 구름이 많아서 해가 보이지도 않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 차양막을 사용했고, 내가 파도가 부서지는 부분을 보려고 했을 때에는 그놈의 카드 이름만을 봐야 했다. 뭔가 씁쓸했다. 모래밭을 거닐면서, 그 아래 떨어져있던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을 봤고, 초, 중, 고등학교때, 해수욕장 시즌이 끝나고 나면, 봉사활동의 명목으로 학생들을 동원하여 그런 것들을 청소하게 했던 그래서 내가 그런 것에 불려나갔던 기억들이 떠올라서 더 씁쓸했다. 8. 방파제 방파제는 파도를 막기 위한 시설이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알겠다. 방파제가 있는 곳, 그 바로 뒤에 무엇이 있는지... 그래도 예전에는 서민들(주로 어업에 종사하는...)의 집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자리들 중에 반은 모텔을 비롯한 숙박업을 하는 건물들이 있다. 그래서 굳이 파도를 막아야 했던 게다. 이 곳의 방파제는 본질적으로 새만금방조제와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 9. 그리고 불질 해수욕장을 빠져나와 피시방에 왔다. 나도 여기까지 와서도 불질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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