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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적 본인확인제, 그리고 주민등록번호 만능주의

  • 등록일
    2007/07/28 18:05
  • 수정일
    2007/07/28 18:05
피박에광박님의 [블로그 이사]에 관련된 글. 최근에 나뷔[당신들이 배려를 원한다면야-]라는 포스트를 내 42월드 클럽에 퍼간 이후, 42월드에 대한 접속빈도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 추세였다. 불폐파티를 마치고 집에 왔다가, 42월드에 접속했다. (물론 블로그는 당연히 들어와 봤지.) 내 클럽에 모처럼 진지한 글이나 하나 쓸라고 했더니, 이젠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가로 막고 있었다.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한번 입력해야 글을 쓸 수가 있단다. 이렇게 해서 내 클럽은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절대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전에 그 클럽에 마지막 글을 남겼다. 물론 글을 쓸 수는 없고, 덧글도 달 수 없게 되었지만, 이미 쓰여진 글은 수정할 수 있긴 하더라. 그래서 전에 썼던 글을 수정모드로 들어가서 지우고, 그 자리에 새로운 글을 남겼다. 그리고 클럽 전체 공지사항으로 띄워놓았다. 이것으로 42월드하고의 인연은 끝났다.


나는 '인터넷실명제'를 반대합니다. 사이버상의 폭력이 인터넷을 실명으로 쓰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로 대단한 착각입니다. 사이버상의 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폭력이 발생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에 있습니다. 그것이 폭력임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폭력임을 알더라도 그냥 폭력을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문화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실명제는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입니다. 누구나 다른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자신의 정보를 타인에게 공개하는 수준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의 문제고, 누구든 이런 통신비밀의 자유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실명제는 정보공개를 하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다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실명제를 반대합니다. 또, 최근에 개악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서 시행되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에도 반대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을 하나 쓰려고, 글쓰기 버튼을 눌렀더니, 아래와 같은 창이 떴습니다. 나는 저 빈칸에 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들을 입력하는 순간,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형식을 취한 '인터넷실명제'에 내가 동조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 클럽에서는 나의 새로운 글을 볼 수 없게 되겠습니다. 지금 이 글도 전에 썼던 글 하나를 수정해서 올리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필요하다면, 이전의 글을 하나씩 없애가면서 새로운 글을 만들것입니다. 뭐,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아 참고로, 글쓰기만 안되는 것이 아니라, 덧글도 달 수 없는 거로군요. 원래 6월 9일에 적은 글이었는데, 100일후에 이 클럽 문을 닫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100일이 채 되기도 전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렇게 되는군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에 [당신들이 배려를 원한다면야-] 동영상을 보면서 여기를 그런 동영상 퍼다 놓는 곳으로 활용할라고 생각을 했더니... ps. 이건 약간 논점에서 벗어난 이야기지만, 저기에 내 실명과 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저 아이디를 정말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즉, 간단히 말해서,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으로는 사용자가 본인인지 확인할 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내가 울 아버지 실명과 주민번호로 계정을 만들고, 글을 쓰면, 저딴 식의 절차로 어떻게 그게 본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본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된다고 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게 바로 주민등록번호 만능주의다. (내가) 인터넷으로 뭘 할라면 (나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남의)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나는 (남의 이름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 무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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