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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견뎠는지 아니?

  • 등록일
    2006/08/28 23:48
  • 수정일
    2006/08/28 23:48

[차라리 탈영한 거라면 좋겠다] 에 관련된 글.

 

 

 

 

 

 

참 미안하다.

내가 너의 2년동안의 삶을 그렇게 결정지어버리고 나온 것이...

 

부대에 있으면서 제일 힘들때가 언제인지 아니?

물론 이등병때는 고참들이 갈구니까, 그게 젤 힘들 수도 있겠지...

(나는 나이도 있고 해서 그런 거 거의 없었지만...)

근데, 시간이 지나면, 혼자 있을 때가 젤 힘들었어.

 

혼자 있다는 것.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지만,

아무도 내게 말을 하지 않는 거야.

나는 일병이 끝날때쯤부터 행정병이어서 다른 병사들 경계초소 올라갈 때,

행정실을 지키는 거야. 물론 아무도 없지. 간부들도 없고, 다른 병사들도 없어.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또 그게 그래봤자 혼자서만 하는 거야. 무엇을 하겠니?

 

그 일을 네게 맡기고 부대를 떠나버린 내가 단 한가지 후회하는 건,

그 외로움의 정체를 한번도 말해주지 않았다는 거야.

 

내가 긴 시간동안, 매일매일 몇 차례씩 찾아오던,

그 외로움을 어떻게 견뎠는지 아니?

 



 

기다리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어.

그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도 아니었고,

언젠가 부대를 떠날 거라는 회피하는 마음도 아니었어.

 

단지, 그건 나의 진심이었을 뿐이야.

누군가를 향해 있고, 또 다른 누군가를 향해 있던 나의 진심.

그것이 세상밖으로 드러날 어느 순간을 기다렸을 뿐이야.

그리고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

 

 

너는 어떻니?

이왕 그곳에서 도망한 거 내게 오려무나.

내게 오면, 결국은 니가 있던 그곳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겠지만...

그때부터는 내가 진짜 친구로 맞이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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