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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나 혼자 갔다.

  • 등록일
    2006/09/01 00:30
  • 수정일
    2006/09/01 00:30

[후배따라 촛불집회에 갔다] 에 관련된 글.

집에서 도배(塗褙)를 하다가

('도배'를 여기서는 사전적인 의미로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그냥 혼자서 촛불집회에 갔다. 물론 포항건설노조 상경투쟁 관련된 것.

혼자 갔는데 아는 사람들이 없으면, 어디 앉아있기도 좀 껄끄럽다.

요즘의 나는 이런 데 간다고 누구한테 잘 연락하지도 않는다.

그냥 연락이 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냥 나 혼자 다닌다.

 

어쨌든 동아일보사 앞에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나보다 한 5분쯤 뒤에

그저께 나더러 같이 가자고 했던 후배가 또 혼자서 왔다.

서로 연락도 없이 각자 와서, 집회 끝나고 같이 밥도 먹었다.

 

집회 중간에 누군가가 나를 툭 치는 것이다.

돌아봤더니, 한때 나를 공부시키던 95학번 선배가 반가운 얼굴로 웃고 있다.

거의 5년만에 본 건데, 보자마자 딱 두마디 하셨다.

 

"전역했냐?" (또, 내가 군대를 간 건 어찌 아셨는지... 나는 말한 적도 없는데...)

"네"

"연락처 줘봐."

 

내 핸드폰 번호를 알아가지고 가시면서 연락할테니 술한번 먹자고 한다.

그리고는 사라졌다.

 

 

 



"저런 게 필요해"

물론 우리는 이런 표현을 ㅋㄷㅋㄷ거리면서 했다.

우리는 후배들과 만나는 일에 그렇게 서툴렀던 것이다.

그냥 저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되는 것을...

다 똑같은 사람인데,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일을 가장 솔직하게 진행하면 되는 것을...

 

내가 한창 01학번들을 만나고 다니던, 혹은 만나려고 다니던 시절에

나도 그렇게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고, 그런게 더 나를 힘들게 하고,

지치고, 지쳐서 또 자신감은 사라져가고... 악순환만 되풀이했던 것 같다.

 

내가 어려워했던 것들을 누군가는 참 쉽게 하는 것을 보면

괜히 열등감도 들지만, 또 그게 부럽고, 나도 저러고 싶어진다.

 

 

 

하여튼 오늘 집회 가서 그런그런 사람들을 만난 건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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