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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을 밟았다

  • 등록일
    2006/08/24 23:55
  • 수정일
    2006/08/24 23:55

초보좌파님의 [쓰레기를 버리자....] 에 관련된 글.

오늘 촛불문화제가 끝난 뒤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지하철역을 나와서, 버스를 갈아타러 가던 길에서

어느 순간부터 내 신발 뒤꿈치가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껌을 밟은 것입니다.

 

이거 참 큰일입니다.

근데, 나는 이것이 여러가지 이유에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내가 걸어다니기 불편해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걸음씩 내딛을때마다, 신발이 벗겨질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싫어서 이걸 빨리 신발에서 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번째는, 사람들은 너무 많이 지나다니고,

차마 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그자리에서 껌을 떼는 행위를 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언제부터 남들 시선 의식하면서 살았다고...

이렇게 생각하면서 내 마음 속으로만 남들의 시선을 극복했습니다.

 

세번째는, 신발에 붙은 껌을 떼려고 마음을 먹으니까,

그 자리에서 무엇으로 껌을 뗄 것인가의 문제였습니다.

보도블럭의 모서리 진 곳에 비벼보기도 했지만 전혀 떼지지 않습니다.

길에 뿌려진 나이트클럽 홍보용 명함들로 떼어 보려다가,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네번째는, 설령 껌을 뗀다고 해도,

그렇게 뗀 껌을 어디에 다시 버리느냐입니다.

길에는 쓰레기통이 없습니다.

사실 보도블럭의 모서리에 신발을 비볐던 행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껌이 내 신발에 붙기 전에 길에 그렇게 있었던 것도

최소한 그 길에는 쓰레기통이 없었기 때문에,

그 껌을 씹은 사람도 그냥 길에다 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다섯번째는, 그렇다고 껌을 떼지 않고 집까지 끌고간다면,

내 발이 불편한 것은 그렇다고 쳐도, 또 버스도 타야 하는데,

차라리 계속 내 신발에 붙어 있으면 오히려 상관없겠지만,

혹시라도 버스의 바닥에 껌을 묻히게 되면, 그 또한 낭패일 것입니다.

 



 

그냥 그 상태로 집까지 왔습니다. -_-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젤 간단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나마, 전철역에서 집까지 버스 한 정거장이라서... 버스를 탔지만, 크게 상관없었습니다.

물론 버스를 타고 나서 한 정거장 가는 동안, 계속 그곳만 신경썼습니다.

 

어쨌든 껌 하나가 내 신발에 붙으면서,

나는 길에 쓰레기통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다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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