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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의 수능 도전

  • 등록일
    2007/09/13 01:55
  • 수정일
    2007/09/13 01:55
웬 수능 도전이냐고 하겠지만... 내가 과외하는 애들 중에 수능 볼 때까지 과외를 하게 된 게 무려 3년만의 일이라는 거지. 3년 전에는 두 녀석이 수능을 봤고, 그 중 한 녀석은 우리학교에 들어왔더군. (물론, 학교에서 얼굴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이제 3년만에 나의 사교육 능력을 검증받는 셈 치지 뭐. 어쨌든 지금 내가 과외하고 있는 애들 중에 고3이 4명이다. 이 녀석들의 성적에 따라서, 그 이후의 나의 수입이 크게 달라질 듯.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 아무리 바쁘게 과외를 하고 다녀도 11월만 되면, 4군데가 한꺼번에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내년 1월에 전세를 구해서 이사가겠다는 계획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로운 과외를 시작할 때마다, 그 학생의 방에서 가장 먼저 책꽂이를 확인한다. 어떤 책이 꽂혀 있나 보는 것이다. 꽂혀 있는 책들은 대개 교과서나 문제집, 아니면 소설, 비소설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주장하는 것들...) 근데 내가 책꽂이를 확인하는 이유는 수학에 관련된 책들이 얼마나 있는지 보려는 것이다. 정석이나, 평범한 문제집들 말고... 수학의 역사를 다룬 책들이거나, 차라리 퍼즐게임 같은 책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생들 집에 '핵전쟁을 통한 일본정벌'을 꿈꾸는 괴상한 소설은 있어도 내가 말하는 책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사람들은 언어영역을 공부할 때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서 풍부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수학을 공부할 때는 문제를 유형별로 정리하면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근데, 수학에 대한 그 말은 틀렸다. 당연히, 수학에서도 풍부한 경험이 중요하다. 어느 과목이라고 안 그러겠는가? 유형별로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건, 결국 문제집을 한권이라도 더 팔아먹기 위한 상술에 불과하다. 과외하러가서 학부모들이랑 이야기하다보면, 꼭 이런 소리를 반복하게 된다. 정말 웃긴건, 학생들도 자기들은 수학 공부한다면서, 교과서는 쳐다보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사실, 내용을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교재는 바로 교과서라는 거지. 오늘 과외에서 수리논술 가르치다가, 중3 수학 교과서 처음에 나오는 내용을, 그대로 고3 수리논술 예제로 갖다 놨는데, 그걸 기억도 못하고, 또 손도 못대고 있는 학생을 보니... (그런데 그 학생은 꽤나 성적이 좋은 학생이거든...) 하도 답답해서 한마디 적어 본다. 놀라운 건 그 학생이 그 부분을 빼고 다른 문제들은 거의 다 풀었다는 것이다. 그 학생이 문제라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에게 그따위로 가르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덕분에 요즘에 종종 수리논술을 가르치면서, 꽤 재밌긴 하단 말이지. 수능 준비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재밌고, 공부할 것도 많아서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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