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눈 뜨기 싫었어요

  • 등록일
    2006/09/08 16:13
  • 수정일
    2006/09/08 16:13

자정을 기준으로 하여 어제인지 오늘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타이밍의 밤에

집에서 동거인들과 술을 마시다가 이상한 논쟁이 붙었습니다.

어떤 선전물을 보고, 나는 그 선전물의 제목이 부적절하다는 이야기를 했고,

다른 사람들은 그게 머가 부적절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계속 서로 말하다보니까, 목소리도 커지고...(옆집에서도 자고 있을텐데...)

머 그러다가, 한명이 내가 제목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주 쓰잘데기 없는 비판이라고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도 처음에 그게 머 대단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고,

제목을 좀더 적절한 걸로 뽑아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인데,

그런 식의 말을 듣는 순간 속이 상했습니다.

 

더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이 하는 얘기들은 혁명을 논하는 데에 중요한 것이고,

내가 하는 얘기들은 쓰잘데기 없다는 식인데,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술 먹던 거 그냥 다 마셔버리고, 내방으로 들어가서 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같이 치우지 않은 것은 미안할 일이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꿈입니다.)

 

6년전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잠시나마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던 사람(이번엔 여성입니다)을 길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일단 연락처부터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졌는데, 조금이따가 그녀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어떤 술집에 들어갔고, 꽤 오랜 시간동안 술을 마십니다.

그곳에서 술을 마시는 동안, 그 술집에는 나를 아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 것입니다.

마치 그녀에게 집중하고 싶은 내 마음을 안다는 듯이, 방해하고 싶다는 듯이

와서 인사를 하고는 옆에 앉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어느순간 돌아보니, 그녀가 사라졌습니다. 밖에는 비가 옵니다.

6년전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나서 술을 마셨던 그날에 쏟아지던 장대비처럼...

붙잡지 않았던 꿈 밖의 그때와 다르게, 이번에는 붙잡고 싶어졌습니다.

 

거리에서 한참을 찾아다니다가, 처음 만났던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그녀를 발견했습니다.

나도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물론 우산을 같이 쓴 상태입니다.

 

(여기까지)

 

 

이 순간에 알람때문에 깨어났습니다. 화장실을 잠시 다녀온 후에 시계를 보았습니다.

10시입니다. 11시에 수업이 있어서 학교로 가야하지만,

지금 꾼 꿈을 이어서 더 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누웠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꿈이 더 이어졌는지, 아닌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누군가가 밥먹자는 말을 나에게 계속하는 바람에

거기에 마침 전화까지 계속 오는 바람에 일어나야했습니다.

그 순간까지도 정말 일어나기 싫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