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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 등록일
    2008/07/11 10:31
  • 수정일
    2008/07/11 10:31
2박3일동안 동원예비군훈련을 다녀왔다. 죽는줄 알았다. -_- 너무 더워. 아침 8시에 입소하라더니, 8시 59분에 온 사람은 지각 아니고, 나는 9시 10분쯤에 도착했더니, 지각이란다. 니네 일정 11시부터 시작하는 거 다 알고 있는데, 9시에 도착하면 어떻고, 10시에 도착하면 어때. 지각한 사람들은 그날 저녁에 5분간 추가교육받았다. -_- 나도 군대 다닐때, 동원부대에 있었고, 동원훈련도 재수없게 3번이나 했는데, 그땐 이딴식의 자의적인 규정들은 없었다. 움직이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은 날씨로 인해 첫날은 단 두시간 옥외훈련을 했는데, 그 두시간 동안 훈련장으로 이동하고 계속 쉬다가 대충 돌 한번 던져보고 (수류탄 투척 훈련이었음) 다시 막사로 돌아왔는데, 완전히 지쳤다. 둘째날 훈련에서는 더워죽겠는데, 이놈들이 포복까지 시키더라고. 뭐 안해도 그만이지만, 안하면 못쉬게 하더라. 젠장 오후에 사격을 하는데, 총을 쏘고 나니, 총이 완전 뜨겁다. 놀라운 건, 여태까지 처음으로 모든 총알이 표적지에 다 들어갔다는 거. 물론 대충 쐈는데 말이지. 3일째 되는 어제는 아침에 첫 훈련이 화생방이었는데, 그때 몇명에게 보호의를 입으라고 시켰는데, 그 몇명이 그걸 입고 난후에, 온몸이 새까맣게 되어버려서 아마 집에 돌아가는 데 고생좀 했겠다. 어쨌든 군대에 있을때보다도 훨씬 힘든 훈련이었다. 너무 더워서 훈련장 가는데에 진을 다 빼니까. 양쪽 팔이 다 탔다. -_- 내년부터 절대로 7,8월에는 동원훈련 안 갈거다. -_-


1. 둥원사단의 경우 현역병들이 조교역할을 하는데, 늘 예비군들이 이런 현역병들을 갈구고 델고 놀고, 이런저런 일 시키고, 또 먹을 거 챙겨주기도 하고, 돈도 주고 그런다. 물론 나도 이등병때, 상병때, 병장때 이렇게 3번 동원훈련을 갔지만, 나는 그때도 예비군들보다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아무도 못 건드렸지만... 어쨌든 이번에 우리 내무실에 있던 현역 이등병은 몇몇 예비군들때문에 시달려야 했다. 다른 것은 다 그냥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그 이등병에게 자꾸 "여자랑 자봤냐?" 이런 류의 질문을 했다. 아니, 오는 현역 일, 이병들한테 다 그런 질문을 했다. 만약에 "자 봤다"라고 하면, 그 다음에는 경험담을 들려주길 요구한다. 만약에 "안 자봤다"라고 하면, 자기들 경험담을 들려준다. 어느쪽이든, 성매매에 대한 언급이 이어진다. 어느쪽이든 구리다. 현역중에 병장들한테는 예비군들이 이런 질문 안한다. 즉, 일,이병들은 만만하니까, 함부로 대한다는 거다. 이런식의 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남성들의 세계에서는 위계를 갖는 공간에서, 또는 위계를 가지려는 공간에서 저리도 구린 방식으로 표출된다. 정말 싫다. 2. 동원훈련을 할 때마다 정말 꼴보기 싫었던 것은 담배다. 예비군들은 담배연기가 다른사람에게 가든 안가든 전혀 신경 안쓴다.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 현역들 중에는 분명히 비흡연자도 있을텐데, 아마 예비군훈련이 끝난 뒤에 남은 현역들은 연병장에서 담배꽁초를 주워야 할 것이다. 비흡연자들에게 담배꽁초를 주우라고 시키는 사회, 그것이 군대다. 나도 그 꼴을 세번이나 당했고, 동원훈련에서 아무데서나 담배피는 놈들 다 싫다. 그따위로 하는 남자들이 길거리에서 담배 뻑뻑 피워가면서 거닐고 다니잖아. 3. 훈련기간중에 소고기가 들어간 반찬이 두번 나왔는데 현역들한테 물어보니, 캐나다산이란다. -_- 그나마 안보교육시간에 촛불집회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게 다행이랄까. 어쨌든 현역병사들은 앞으로 수입쇠고기를 계속 먹겠구나. -_- 더 놀라운 건, 예비군들이 현역들한테 이걸 어떻게 먹냐고 하니까, 현역들이 하는 말이, 먹어도 광우병 안걸린단다. 정신교육을 제대로 받았는데. -_- 4. 2박 3일동안 훈련한 결과로 받은 여비는 8,000원이다. 너무하잖아. 다들바쁘실텐데, 훈련에 참가해줘서 고맙다고 말로만 인사할 줄만 알지. 예비군훈련의 끝에 느끼는 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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