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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이 15%였다는 사실을 말하기 전에

  • 등록일
    2008/08/01 00:31
  • 수정일
    2008/08/01 00:31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투표율이 15%였다고, 직선제에 대한 회의론을 말하기 전에,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 학생이 아닌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정작 교육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투표권이 있었는지를 먼저 말해야 합니다. 그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하지 않으면서 어른들끼리 하는 직선제만으로 감히 민주주의의 위기를 운운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나는 주경복 후보를 찍었습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런 상태에서 투표를 하기 싫다고 생각하다가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진다는 소리를 하는 공정택 후보가 교육감이 되는 꼴은 두고볼 수 없어서, 한표 줬습니다. 하지만, 이따위 선거가 제발 이번 한번 뿐이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이 있는 선거가 되길 바랍니다.


매해 아무 선거때마다 투표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나도 투표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만, 뭐 사람들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그런데, 이런 분석도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투표를 하는 것은 주로 반장선거, 전교회장선거 같은 게 있지요. 그런데, 사실 반장이 누가되든, 반장만 힘든거고, 전교회장도 뭐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봉사점수 같은 걸로 입시에 유리할 가능성도 있군요.) 어쨌든 학생들의 일상은 그 선거들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육감선거의 수준으로 나아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서울시의 교육정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들에 대해서는 정작 학생들이 투표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시선이 대략 두가지 정도가 보입니다. 하나는 학생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일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느냐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무엇을 주입해야 하느냐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학생들에게 선거에 대하여 무관심해지도록 유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선거해봤자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는 반장선거, 전교회장 선거만 하게끔 만들고, 정작 자신들의 처지를 바꿀 수 있는 것들에는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공간에 대한 정책을 바꾸는 경험을 이 사회는 조금도 허용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학교에서 정치로부터 격리되면서 길들여진 사람들이 다른 선거에서 투표권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행사하지 않는 비율이 점점 올라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과연 서울의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면, 공정택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을 지는 또 모르는 일이죠. 강남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휘어잡는 경우가 많은데, 그 아이들이 부모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군요. 교육정책에 대해서 심판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교육정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조금도 의견을 묻지 않는 이상한 선거에 "민주주의"라는 거짓말을 입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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