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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 등록일
    2006/09/30 20:05
  • 수정일
    2006/09/30 20:05

[어떻게 견뎠는지 아니?] 에 관련된 글.

 

전화가 왔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한 이 녀석의 목소리.

24일간 영창에 갇혀 있다가

어제 풀려났다고 합니다.

 

이 녀석은 탈영하지만 않았더라면, 내일 일병으로 진급할 것이었습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진급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이 녀석이 하고 있었던 일, 즉, 내가 부대에 있을 때 하던 일들은

항상 한 사람 이상이 붙잡고 있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들인데,

이 녀석이 없어져서 남아 있던 다른 병사들이 고생 좀 했을 것입니다.

 

이 녀석이 부대로 돌아가도, 이제는 그런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게 내가 넘겨주고 갔던 일이라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또 한편으로는 홀가분합니다.

아마도 이제는 야간에 10시간씩 초소를 지키는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다음달에도 이등병이어서 더욱 힘들 것입니다.

탈영했던 부대에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라서 더욱 힘들 것입니다.

(자기가 그대로 들어가겠다고 했답니다.)

 

 

그래도 잠시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변함없는 생글생글한 말투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나는 그저...

어제 풀려난 녀석이 오늘 나에게 전화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음 주에 추석이라고 고향에 가면, 이젠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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