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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입고 집회나가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

  • 등록일
    2008/05/31 02:26
  • 수정일
    2008/05/31 02:26
군복입고 집회나가시는 분들을 뭐라 불러야 하나 좀 생각했는데, 그냥 편의상 "예비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1. 왜 이 집회를 보호하고 지키고 싶은지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게 되면서, 국민은 국가로부터, 이명박정권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았습니다. 예비군님께서는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겝니다. 왜 그걸 모르겠습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집회도 하고, 이명박도 규탄하고 있죠. 그리고 보호받고 싶은 마음을 넘어서, 이 집회를 스스로 지키고 싶겠죠. 그것이 당신의 마음이겠지요. 뭐 저는 거기까지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건 일단 그냥 넘어가죠. 2. 하지만 진정으로 집회를 보호하고 싶다면,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그 누구라도 전진하려고 할 때, 그가 위험하다고 못가게 힘으로 막아서는 게 아니라, 그가 전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합니다. 예비군님께서 집회에 온 누군가를 힘으로 막아서는 순간 예비군님께서 하는 일은 전경이 하는 일과 똑같은 것이 됩니다. 예비군님께서 최소한 전경들을 뚫고 길을 열겠다는 자세가 되지 않았다면, 집회를 보호하겠다는 말은 일단 거두시기 바랍니다. 만약에 전경들을 뚫고 길을 열겠다는 자세라면, 어떻게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길을 열 것인지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해야 합니다. 어렵지요. 그렇습니다. 경찰과 대치하고 있을 때, 비폭력 집회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야 합니다. 촛불집회를 여태까지 어떻게 이어왔는데요. 여태까지 이어온 게 아깝지도 않습니까? 3. 사수대는 집회대오를 멈춰서게 하는 역할이 아닙니다. 집회대오의 전진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입니다. 집회에 온 사람들은 계속 전진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린이든, 노약자든, 장애인이든, 그 모든 이들의 전진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하나를 함께 만들어야 하고, 어느 누구도 소외받지 말아야 합니다. 그 전진을 가장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예비군 군복을 입었든, 아니든, 예비군님께서 사수대 역할을 하고 싶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중의 전진을 엄호해야 하는 것입니다. 전경보다 먼저 대중의 전진을 막아서는 안됩니다. 하려면 똑바로 하십시오. 지금 하는 걸 보니, 집회를 지키는 데에 기본기도 안되어 있습니다. 4. 예비군 군복을 입고 집회에 나와서 예비군님께서 그렇게도 비판하고 있는 이명박은 예비군님의 뒤에 있는 국군 통수권자입니다. 군필자 중에 그 누구라도 예비군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려하는 순간, 이명박은 예비군님께 명령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예비군님은 이명박의 시다바리가 될 것이고, 막상 이명박과의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예비군님이 누구의 편에 서게 될 것인지, 집회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예비군님께서 이명박의 시다바리라는 정체성을 드러내서 이 판국에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국민들의 투쟁을 군대를 가지고 끊임없이 진압해 온 국가입니다. 그 부분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5.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인 1905년에 '을사조약'이 있었지요. 일본은 '을사보호조약'이라고 굳이 '보호'라는 말을 썼지요. 우리나라는 그 '보호'라는 말이 가진 함의를 뒤늦게 깨달아서, 그 말을 빼는 데에도 꽤 오랜 세월이 필요했답니다. 그 정도는 알고 계시겠죠. 보호받기 싫다고 하는 사람한테, 굳이 보호해주겠다고 열을 올리면서 결국 그 사람을 집회에서 밀어내는 예비군님들의 태도와 1905년에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힘 약한 대한제국에게 취하던 태도를 비교해 보시죠. 6.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 보면 '보편화 가능성의 원칙'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남들도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예비군님께서 예비군 군복을 입고 전경의 바로 앞에 설 수 있다면, 집회에 참여한 그 누구도 전경의 바로 앞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걸 군복입고 앞에 서신 분들이 함부로 제지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중학교 도덕책 보고 공부 다시 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잘 모르겠다면, 촛불집회 나오는 중,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물어보십시오.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지 말고요. 배워서 남주나요? 7. 집회에서, 아니 어떤 싸움을 만들든지, 제일 중요한 것은 '연대'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공동의 전선을 만들어 갈 것인가, 바로 그것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집회안에서 다른 사람을 억압하면서,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고 하는 자세는 '연대'의 원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예비군님께서 군복을 입고 나오든, 그냥 다른 옷을 입고 나오든, 다른 사람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억압하려고 하지 않을 때, 예비군님들의 존재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입니다. 깊이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8. 이 집회는 아무도 보호할 수 없습니다. 예비군님들께서 보호한다고 해봤자, 막상 전경들이 곤봉으로 때리면서, 방패로 찍고 들어오면, 누구든 쓰러지게 되어 있습니다. 군복을 입어도 아무런 무기가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보호할 수 없는 거 괜히 보호하는 척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전경들이 치니까, 청계천으로 도망갔다는 소문도 들리던데요. 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자신의 안위를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물론 함께 지켜야 하지만, 자기는 자기가 지킨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굳게 싸워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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