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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군(2012) 『모택동 시대와 포스트 모택동 시대(1949~2009): 또 하나의 역사서사』

전리군(錢理群) 선생의 이번 책은 아마도 국내에 두번째로 소개되는 전 선생님의 저작일 것 같다.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망각을 거부하라: "1957년학" 연구필기』가 적어도 이 책보다 먼저 소개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에 홍콩에서 중문 번체본으로 출판되었던 이 책은 그린비 출판사에서 출판을 준비 중에 있다. 중국 대륙에서 출판된 유사 명칭의 저작 《拒绝遗忘: 钱理群文选》(汕头大学出版社,1999)은 자신의 고유한 노신관에 근거한 현대 문화사상비평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혀 다른 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내가 번역한 책은 대만에서 연경(聯經) 출판사에서 며칠전 초판 인쇄에 들어갔고 설 전에 출간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한글판 번역 초고를 지난 연말에 넘겼는데, 아마 지금쯤 한울 출판사 편집부에서 작업에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글의 성격 상 손이 많이 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출판하기 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6월 경 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일본에서도 번역을 진행하고 있고 아마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출판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출판과 관련해서 6월 9~10일에 홍콩에서 관련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기도 하다.

 

"1957년학"에서는 중국 당대(1949년 혁명 이후)의 역사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틀로서 "1957년 체제"를 제시하고 그 핵심으로서 당-국가 체제 및 그의 주요 구성 부분으로서 농촌의 인민공사와 도시의 단위체제를 들고 있다. 이 책은 역사적 구조의 형성과정을 '민간'적인 시좌를 도입하여 새롭게 서술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역사서사"에서는 이러한 시좌를 가지고 1949년부터 2009년까지의 역사의 동학을 풍부하게 그려내고 있다. 따라서 "1957년 체제"에서 다루는 내용이 관련한 역사적 시기를 다루는 부분에서 다시 서술되기도 한다. 물론 이 책은 그 후의 문화대혁명, 6.4체제의 성립 등의 과정을 포함하여 기존의 역사서술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풍부한 사료를 가지고 풀어내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역사는 기존에 남한에서 접해온 서구적인(좌우를 막론하고, 또 이론과 실제를 막론하고) 편향과 중국 내부의 체제 옹호적인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의 한계를 모두 지양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전리군 선생의 역사서술은 서구적 이론틀이나 역사인식내용을 근거로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중국 내부의 지배적 관점에 의해서도 억압 받아온 관점에 근거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전리군 선생은 1957년 체제와 6.4(1989) 체제의 변증법으로 목전의 중국을 인식하고 개입적인 실천을 하고 있다. 물론 내가 보기에 1957년 체제가 궁극적으로 우위에 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중국 당대 역사가 남한에 소개되는데는 일정하게 남한 내부의 이론적 맥락과도 관계되는 것 같다. 이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수행되어 온 비판적 중국 연구에 대한 검토를 요구한다. 전리군 선생이 수용되는 맥락은 기존의 비판적 중국 연구에 동원되었던 어떤 시좌 자체의 혁신의 요구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도 이를 온전하게 주체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1957년 체제'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풍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 연구에 있어서 중국 내부와 외부 어느 한 쪽으로 환원되지 않으면서 중국, 남한, 한반도, 세계에 대한 이해를 풍부히 하는 일은 바로 '1957년 체제'를 남한과 한반도를 인식하는 이론적 틀의 혁신과 관련짓는 것일테다. 이론과 지식의 역할은 기존의 이론의 틀에 역사를 꿰맞춰 넣는 것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서구이든 남한이든, 기존의 비판적 중국 연구가 일정하게 중국의 '신좌파'적 루트를 통한 이해에 편향되었다면, 이제 1957년학이 제시됨으로써 중국에 대한 이해 자체가 재구성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중국 이해를 낳았던 남한의 이론적 지형(어쩌면 보편주의적 지형)에 대한 혁신의 계기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1957년 체제를 낳았던 역사적 맥락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한반도의 1953년 체제에 대한 재해석을 요구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1987년 체제와 1997년 체제 사이의 불모의 논쟁에 빠지는 가운데 망각했던 남한의 역사적 특수성을 결정지었던 1953년체제에 대한 재성찰이 요구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돌고돌아 동아시아의 어떤 원형적인 이념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전리군 선생이 중국적 맥락에서 내부적으로 복원하고자 시도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전통일 수도 있다. 이 역사를 서구의 경험에서 추출된 이론적 개념으로 환원하는 것은 그동안의 이론적 식민성의 상황을 재생산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와 이론의 재구성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해방공간에서의 민중들의 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사고하게 된다. 그것을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한다면, 작금의 상황을 보며 이념적 전망에서 분단이라는 왜곡을 통해 얼마나 이념적으로 후퇴했는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발견은 우리가 그토록 큰 희생을 거치며 달성한 '민주주의' 역시 얼만큼의 이념적 후퇴를 대가로 한 것이었는지 성찰하게 한다. 나아가 남한의 '민주주의'와 북한의 '전제주의'는 또 얼마나 상호 결정하였으며, 상호 전제 조건이 되었는지 성찰하게 한다. 적어도 현재 남한의 정치에 개입하는데 있어, 특히 '민주화 담론의 보편주의'를 해체하고 다시 의미부여하는데에 이러한 1953년 체제에 대한 역사적 재구성을 통해 남한과 한반도의 역사적 개별 특수성을 인식하는 것이 불가결한 작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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