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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27
    대천 밤바다
    밤펜
  2. 2007/11/18
    증산동행 막차
    밤펜
  3. 2007/11/09
    야식
    밤펜

대천 밤바다

 

대천 밤바다



아무도 없는 바다


술에 취해 나간다

홀린 듯 모래 위를 헤매면

조금씩 밀고 오는 저 물

비켜설 수 없어

검바다 어디쯤 반쯤은 잠긴 육신


언덕을 타고 놀던 유년기와

단둘이 걸었을 솔밭

푹죽소리 거슬렸던 꼬장꼬장한 날들 지나

다다른 곳


잠겨갈 물이 기다린다


내 걸어온 저 길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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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동행 막차

   

증산동행 막차

 


 어젯밤 소주 반병과 오뎅을 태운지 열다섯 시간만의 손님이다. 환승요금 3000원을 내고 100원을 돌려 받는다. 되려 내가 운임을 지불한 건 승객보다 운전수가 많은 공급과잉의 시장 탓. 다섯 도막 김밥이 허겁지겁 입구로 올라타고, 라면 한 사발이 줄을 선다. 젓가락 돌돌 감아 끊김 없이 태운 시각 오후 2시 10분. 서초역을 출발하여 영등포 구청에서 여의도, 다시 서대문으로 정신없이 뛴다. (두 다리를 널뛰듯 하다 보니 그들도 늘 곤죽이 되곤 했다.) 머리를 배꼽까지 조아리고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잔소리 듣는 것을 내 안에서 듣고 있을까. 대단한 거라도 들킨 것처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거린다. 눈치를 챘는지 십이지장, 소장을 잰걸음질 치더니 대장 앞에서 빨간 벨을 누른다. 종점에 와서야 바지를 내리고 모두를 내려 준다. 그리곤 가벼운 눈인사. 물을 내리고 돌아선다. 밤 12시를 가리키니 증산동 막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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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

            야식

 

 

 

 

목을 비틀어 머리를 땄다

파닥거리는 머릴 정수리 내리쳐 잠재운다

껍질을 벗겨낸다

결을 따라 깊이 찔러넣어야 하는

머리가 있다 쩍하고 뇌수가 흘러내린다

누가 몸통의 내장을 도려냈을까

접시에 갈비뼈만 남아 왼손에 포크

오른손에 나이프를 쥐고 격식있게

현을 키듯 톱질한다, 아! 손가락을 쪽쪽 빠는 몰상식한 것들

몸통을 잡고 팔이 끊어질 때까지 돌려라

살을 맞댄 순간 예의도 사라지고

처절한 비명만 남는다 뼈가 톡하고 끊어지는 밤

쭉 찢어 가슴살까지 씹는다

심장이 불판에 올려지고 간은 한 점 크기로

대장엔 덜 삭은 것들이

채워진다 씨방엔 내일이 곤히 잠들어 있다

흙이 묻은 발을 탈탈 털고

끓는 물에 담가둔다 먹기 좋게 자른 후

남은 뼈를 종량제 봉투에 고이 묻는다

젖가락은 눈알까지 파먹었다

껍질까지 벗겨 질근질근 씹어 삼켰다

어젯밤 내가 먹은 것들

누가 해몽 좀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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