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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8/25
    서른 살의 상경
    밤펜
  2. 2007/08/23
    찌르레기 우는 소리에(4)
    밤펜
  3. 2007/08/23
    그리움
    밤펜
  4. 2007/08/17
    밤펜
  5. 2007/08/17
    가을
    밤펜
  6. 2007/08/09
    고백(1)
    밤펜

서른 살의 상경

서른 살의 상경

 

- 열차에서

 

 

 

 

 

 

 

어떤 나무들은 너른 들판에 홀로

 

온 팔을 벌리고 보란듯이 뻣대어 섰고

 

어떤 나무들은 짐승의 주검을 먹고 몸 일으켜

 

알록달록 용을 쓰며 제 자랑에 섰고

 

어떤 나무들은 강가에 머리를 풀어

 

잎도 열매도 강물에 적시며 보내주고 섰고

 

어떤 나무들은 마냥 구겨져 앉아

 

가지가 잘리고 꺾이며 몸뚱이 채 섰고

 

어떤 나무들은 모가지를 떨구고

 

실가지 서로 감아 안부를 물어 섰고

 

어떤 나무들은 눈을 찌를 듯이

 

삿대질, 싸움질로 마주 섰고

 

어떤 나무들은 뒤를 지키는 울이 되어

 

바람 부는데로 긴 몸을 흔들며 섰고

 

어떤 나무들은 산을 내려가지 않고

 

세상 물음에 대답 않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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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레기 우는 소리에

찌르레기 우는 소리에


잡풀이 우거진 집이면 어떠랴

해질녘 발 벗은 여자와

플라타너스 나무 밑 평상에 누워

잎들이 펼쳐놓은 양탄자, 해진

구멍사이로 맨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면

비가 억수같이 길을 막는 어둔 밤이라도

창가에 서 외롭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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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그리움


해가 진 자리에 산은 짙어

능선이 잘라낸 하늘은 더욱 빛이 납니다

매미만이 엷은 날개를 떨며

바람에 뒤척이던 잎들도 숨을 죽인

어스름이 찾아오면

자동차 미등, 불빛마저 제법 탐스러워

나는 안개만큼 아득한 그대 생각에

먼 산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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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께

 

 

못생긴 발로

받쳐든 짐이 무거워

시를 쓸 수 없네

핏줄 성성한 발로

다시 펜을 들어도

나는 아니다 

뭉툭한 뼈마디

아무짝에 쓸모없는

다섯 발가락

금조차 희미한 네게

무슨, 두 손이 비웃지만

온 몸 머리에 이고

외진 길 돌아온 것이 발

못나 부르튼 두 개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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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을

 

 

 

과거는 저 너머라 아름다운가

헤어진 이가 등 뒤에서 말을 건다

울며 싸우던 때가 그립지 않나요

그래 흘러간 것이 다 그렇다

막 대답하니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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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고백


                     


나는

두 발로 걷는 짐승 

새가 되고픈 하늘 끝

별이 되고픈

짐승 중의 짐승

 

한 끼의 동물원을 먹고

사자를 가두는

울 밖의 짐승

 

껍데기 벗으면

발이 뭉글고 굳은살 박히는

작은 짐승

 

그러나

증오의 그늘을 빗고

제 목을 조르는

그 끝에 가서 보면

 

네 다리로 돌아가

실뿌리의 먹이가 되는

식물 같은 짐승이니

 

나를 무어라 부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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