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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
김광규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
평생을, 시 한줄 적기 위해 전전긍긍
일어나 잠에 들때까지 오줌눌때도 악수를 할때도
시 한줄에 전전긍긍하다가
평생을 모은 시 수백 편의
시들 중 몇 편을 고르고 또 고르고 나면
남는 시가 하나, 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하나의 시를 남기기 위해 시인들은
평생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다 찾지
못하고 무덤속으로 들어간다.
그런 시인에게 시가 아니라 묘비명이 남는다면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것인지.
읽으면 읽을 수록 마음이 찹찹한 시다.
파 도
-제주 사계리 앞바다에서
밀려서 가는거다
밀고서 가는거다
검게 산을 이루어 서로의 등을 밀고
때로는 어깨를 넘어
잘은 거품을 토하고 거칠게 침을 뱉으며
바람이 그칠 때까지
엎어졌다 다시 일어섰다
쉼이 없이 가는거다, 가서들
모래무지 언덕 아래 고함으로 부서지는
멀리 바다의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거라
끝도 시작도 모른 채 춤을 추며 가는
물살의 비린내가 항구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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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저번거보다 내 맘에 든다.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