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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7/09

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9/14
    서대문
    밤펜
  2. 2007/09/14
    하늘공원에서
    밤펜
  3. 2007/09/10
    묘비명/김광규
    밤펜
  4. 2007/09/08
    혼잣말(1)
    밤펜
  5. 2007/09/05
    이륙
    밤펜
  6. 2007/09/05
    파도(1)
    밤펜

서대문

서대문

 

 

꽁무니에 폐타이어를 붙인 리어카가

부욱 부욱 바닥을 끌며 내려간다

양 손으로 귀를 막은 아이

꺄악, 소리 지르는 입 속으로

15톤 트럭이 크랙션을 울리며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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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서

하늘공원에서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서 있는 사람아

새들도 호들갑스레 제 집을 향하는 빗속,

너만 공원에 남았구나

우산을 들고 사라지는 사람들

어딘가 전화를 걸고 발을 맞추며

아이를 업고 있는

둥근 우산들, 뿌옇게 켜지는 가로등 아래

실없는 웃음도 없이 가만히 앞만 보고 있구나

색색의 빨대를 왼손에 쥐고

어린애마냥

비 앞에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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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김광규

            묘비명

                            

                                        김광규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

 

평생을, 시 한줄 적기 위해 전전긍긍

일어나 잠에 들때까지 오줌눌때도 악수를 할때도

시 한줄에 전전긍긍하다가

평생을 모은 시 수백 편의

시들 중 몇 편을 고르고 또 고르고 나면

남는 시가 하나, 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하나의 시를 남기기 위해 시인들은

평생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다 찾지

못하고 무덤속으로 들어간다.

그런 시인에게 시가 아니라 묘비명이 남는다면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것인지.

읽으면 읽을 수록 마음이 찹찹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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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혼잣말 

 

                                  -미안해



혀가 허릴 구부려 건반을 두들이네

이제 유령이 되어 안쪽 깊숙이 울다

동굴 밖으로 사라지네, 어떤 날엔

가장 슬픈 음계와 성량을

기억하며 외딴 방으로 날 이끄네


혀로 아랫니를 밀고 입술을 당기며, 

혓바닥을 입천장에 대고 입을 닫으며, 

입을 벌리고 혀를 조금 내밀며,


동굴 속 잇날과 혓바닥,

그 고집으로 찢고 그은 상처가 아픈 날

종일 연습을 하네

병처럼 거리를 서성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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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이륙

 

구름 위를 걸어 간다

낯이 익은 땅을 떠나

꽉 조인 몸을 훌훌 턴다

가벼운 정신만 올려놓는다

눈이 내린 듯 고요한 도시 위

발자국 하나 남김없이

산새 하나 살지 않는

겨울숲으로 가자

저 너머 자줏빛이 신비한 곳으로

모든 영혼의 부풀은 얼굴을

맨발로 어루만지며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구름이 되어

구름 속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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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파   도

 

                -제주 사계리 앞바다에서  

     

밀려서 가는거다

밀고서 가는거다 

검게 산을 이루어 서로의 등을 밀고 

때로는 어깨를 넘어 

잘은 거품을 토하고 거칠게 침을 뱉으며 

바람이 그칠 때까지

엎어졌다 다시 일어섰다 

쉼이 없이 가는거다, 가서들 

모래무지 언덕 아래 고함으로 부서지는 

멀리 바다의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거라 

끝도 시작도 모른 채 춤을 추며 가는 

물살의 비린내가 항구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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