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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
김광규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
평생을, 시 한줄 적기 위해 전전긍긍
일어나 잠에 들때까지 오줌눌때도 악수를 할때도
시 한줄에 전전긍긍하다가
평생을 모은 시 수백 편의
시들 중 몇 편을 고르고 또 고르고 나면
남는 시가 하나, 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하나의 시를 남기기 위해 시인들은
평생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다 찾지
못하고 무덤속으로 들어간다.
그런 시인에게 시가 아니라 묘비명이 남는다면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것인지.
읽으면 읽을 수록 마음이 찹찹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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