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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뽀가 쓴 시입니다

30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11/27
    대천 밤바다
    밤펜
  2. 2007/11/18
    증산동행 막차
    밤펜
  3. 2007/11/09
    야식
    밤펜
  4. 2007/10/04
    별이 사라졌다
    밤펜
  5. 2007/10/01
    막차
    밤펜
  6. 2007/09/14
    서대문
    밤펜
  7. 2007/09/14
    하늘공원에서
    밤펜
  8. 2007/09/08
    혼잣말(1)
    밤펜
  9. 2007/09/05
    이륙
    밤펜
  10. 2007/09/05
    파도(1)
    밤펜

대천 밤바다

 

대천 밤바다



아무도 없는 바다


술에 취해 나간다

홀린 듯 모래 위를 헤매면

조금씩 밀고 오는 저 물

비켜설 수 없어

검바다 어디쯤 반쯤은 잠긴 육신


언덕을 타고 놀던 유년기와

단둘이 걸었을 솔밭

푹죽소리 거슬렸던 꼬장꼬장한 날들 지나

다다른 곳


잠겨갈 물이 기다린다


내 걸어온 저 길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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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동행 막차

   

증산동행 막차

 


 어젯밤 소주 반병과 오뎅을 태운지 열다섯 시간만의 손님이다. 환승요금 3000원을 내고 100원을 돌려 받는다. 되려 내가 운임을 지불한 건 승객보다 운전수가 많은 공급과잉의 시장 탓. 다섯 도막 김밥이 허겁지겁 입구로 올라타고, 라면 한 사발이 줄을 선다. 젓가락 돌돌 감아 끊김 없이 태운 시각 오후 2시 10분. 서초역을 출발하여 영등포 구청에서 여의도, 다시 서대문으로 정신없이 뛴다. (두 다리를 널뛰듯 하다 보니 그들도 늘 곤죽이 되곤 했다.) 머리를 배꼽까지 조아리고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잔소리 듣는 것을 내 안에서 듣고 있을까. 대단한 거라도 들킨 것처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거린다. 눈치를 챘는지 십이지장, 소장을 잰걸음질 치더니 대장 앞에서 빨간 벨을 누른다. 종점에 와서야 바지를 내리고 모두를 내려 준다. 그리곤 가벼운 눈인사. 물을 내리고 돌아선다. 밤 12시를 가리키니 증산동 막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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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

            야식

 

 

 

 

목을 비틀어 머리를 땄다

파닥거리는 머릴 정수리 내리쳐 잠재운다

껍질을 벗겨낸다

결을 따라 깊이 찔러넣어야 하는

머리가 있다 쩍하고 뇌수가 흘러내린다

누가 몸통의 내장을 도려냈을까

접시에 갈비뼈만 남아 왼손에 포크

오른손에 나이프를 쥐고 격식있게

현을 키듯 톱질한다, 아! 손가락을 쪽쪽 빠는 몰상식한 것들

몸통을 잡고 팔이 끊어질 때까지 돌려라

살을 맞댄 순간 예의도 사라지고

처절한 비명만 남는다 뼈가 톡하고 끊어지는 밤

쭉 찢어 가슴살까지 씹는다

심장이 불판에 올려지고 간은 한 점 크기로

대장엔 덜 삭은 것들이

채워진다 씨방엔 내일이 곤히 잠들어 있다

흙이 묻은 발을 탈탈 털고

끓는 물에 담가둔다 먹기 좋게 자른 후

남은 뼈를 종량제 봉투에 고이 묻는다

젖가락은 눈알까지 파먹었다

껍질까지 벗겨 질근질근 씹어 삼켰다

어젯밤 내가 먹은 것들

누가 해몽 좀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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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사라졌다

별이 사라졌다


                                             


하늘을 보지 않은 사이

별이 사라졌다

까만 커튼 위로 억겁*의 얼굴만 드리운지 오래

별의 마지막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다

점성술가와 천문학자가 사라지고

별자리는 백과사전에도 이름을 남길 수 없었다

별의 사라짐을 두고

별의 실종이냐, 은둔이냐, 납치냐를

떠들어 대는 것도 잠시

돌아갈 곳이 없다는 외계인도

이제 무엇을 보고 누워야 하냐는 무덤 앞의 노인도

더 이상 없었다

숨어서 별을 부르던 찌르레기와

바람에 뒤척여 웅성거리던 플라타너스 잎사귀,

앞 다투어 흐르는 시냇물이

별에 실려 가버린 듯 소리를 잃은 밤,

사람들은 거리의 가로등과

헤드라이트, 모든 빛나는 둥근 것을 가리켜

지상의 별이라 불렀다

누구도 보지 않는 사이

그렇게 별은 사라졌다

 

 

*억겁 : 무한히 오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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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

막차

 

 

 

밤 11시가 기어가듯

두 눈의 불을 켜고 간다

간혹 한 쪽 눈을 잃기도 하였지만

사시 하나 없이

앞만 보고 퀭하게 가는 것이다

어둠을 더듬지 않고

두리번거리지도 않으며

서너 발 앞을 내다보는

순하게 때론 멍청하게

어슬렁이는 저들,

마주치기라도 하면

거품 빠진 웃음도 없이

모른 체 고개를 떨구는

예의랄 것도 없는

그런,

적막이라면 적막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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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서대문

 

 

꽁무니에 폐타이어를 붙인 리어카가

부욱 부욱 바닥을 끌며 내려간다

양 손으로 귀를 막은 아이

꺄악, 소리 지르는 입 속으로

15톤 트럭이 크랙션을 울리며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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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에서

하늘공원에서

 

 

 

 

비를 피해

처마 밑에 서 있는 사람아

새들도 호들갑스레 제 집을 향하는 빗속,

너만 공원에 남았구나

우산을 들고 사라지는 사람들

어딘가 전화를 걸고 발을 맞추며

아이를 업고 있는

둥근 우산들, 뿌옇게 켜지는 가로등 아래

실없는 웃음도 없이 가만히 앞만 보고 있구나

색색의 빨대를 왼손에 쥐고

어린애마냥

비 앞에 서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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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혼잣말 

 

                                  -미안해



혀가 허릴 구부려 건반을 두들이네

이제 유령이 되어 안쪽 깊숙이 울다

동굴 밖으로 사라지네, 어떤 날엔

가장 슬픈 음계와 성량을

기억하며 외딴 방으로 날 이끄네


혀로 아랫니를 밀고 입술을 당기며, 

혓바닥을 입천장에 대고 입을 닫으며, 

입을 벌리고 혀를 조금 내밀며,


동굴 속 잇날과 혓바닥,

그 고집으로 찢고 그은 상처가 아픈 날

종일 연습을 하네

병처럼 거리를 서성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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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이륙

 

구름 위를 걸어 간다

낯이 익은 땅을 떠나

꽉 조인 몸을 훌훌 턴다

가벼운 정신만 올려놓는다

눈이 내린 듯 고요한 도시 위

발자국 하나 남김없이

산새 하나 살지 않는

겨울숲으로 가자

저 너머 자줏빛이 신비한 곳으로

모든 영혼의 부풀은 얼굴을

맨발로 어루만지며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구름이 되어

구름 속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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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파   도

 

                -제주 사계리 앞바다에서  

     

밀려서 가는거다

밀고서 가는거다 

검게 산을 이루어 서로의 등을 밀고 

때로는 어깨를 넘어 

잘은 거품을 토하고 거칠게 침을 뱉으며 

바람이 그칠 때까지

엎어졌다 다시 일어섰다 

쉼이 없이 가는거다, 가서들 

모래무지 언덕 아래 고함으로 부서지는 

멀리 바다의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거라 

끝도 시작도 모른 채 춤을 추며 가는 

물살의 비린내가 항구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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