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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공기와 이것저것 얘기하면서 기나긴 귀갓길을 견디다가 채식을 하기로 느닷없이 득달같이 약속을 해 버렸다 ㅋㅋ

 

Bio-제품(환경친화적/유기.무기농 제품) 광팬들의 나라라서 그런지 독일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심지어 학교 급식에까지 채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가 따로 두세 종류는 준비되어 있을 정도였다,

 

같은 학교의 한국인 누나가 채식하는 걸 보고 신기해서 따라한 적이 있었다.

 

결국은 원석이 형의 지속적 꼬드김에 다시 불판을 잡게 되었지만 ㅋㅋㅋ 두 달에서 두 달 반 정도?? 내게도 채식의 경험은 있었다.

 

고기를 안 먹는다는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단백질 섭취에는 콩과 달걀과 유제품이 있었고,

 

굳이 고기에만 매달리는 골수 육식도 아니었으니까 안 먹는다고 해서 냄새만 맡아도 침을 질질 흘리지는 않았다.

 

근데 아무리 채식을 계속해봐도 신진대사에 유리한 점이나 밥 먹는 시간이 줄어드는 따위의 소소한 이점들 빼고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짜증났다.

 

그래서 때려쳤다.  목적 없는 행동만큼 지속가능성 희박한 것도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또 다르다. 뭐든 내게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될 일이 없는 것이면

 

기분이 어떻든 일단 계에속 쭉 하다 보면 목적이 생기지 않을까? 꼭 멍석이 깔리고 조건이 주어져야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건

 

그건 단지 변명일 뿐이다.

 

무언가의 지속성을 단순히 기분에 따라 규정짓고 선을 긋는 건 또 하나의 가능성을,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다.

 

아 뭐래.

 

아무튼 오늘 아침부터는 채식 시작이네요 ㅋㅋㅋ 더도 덜도 말고 일단 작심 삼 년만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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