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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식당'(무레 요코 지음)

'카모메식당'(무레 요코 지음)

201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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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생식과 현미식을 하며 다이어트를 한참 할 때였다. 점심시간을 바로 앞두고 블로그의 맛집 사진을 보고난 후 밥을 먹으러 가곤 했다. 현미밥과 1,500원짜리 구내식당의 반찬이지만 식욕을 한참 자극하고 난 후 먹는 밥은 꿀맛이었다.

가끔 구내식당의 누님들은 나에게 정량배식을 어기고 맛난 반찬을 하나씩 더 얹어주곤 하였다. 몇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였고, 체련대회를 같이 가면 항상 웃겨준다며 주는 선물이기도 하였다. 나는 그것을 뻔뻔히 즐겼다. 맛난 반찬에 대한 욕심이기도 했지만 줄 서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떠주는 그 한 국자에 담긴 마음이 고마워서였다.

음식에 대한 기억은 음식의 맛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음식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들과 그 시절이 주는 정서와 같이 기억된다.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식당을 다시 찾아가서 먹을 때에 그 맛이 달랐던 경험들이 있지 않은가?

 

 카모메식당(갈매기식당)은 핀란드 헬싱키에 새로 연 일본 식당을 배경으로 여성 세 명의 이야기이다. 30대 후반의 식당 주인 사치에는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 삼각 김밥)가 진정한 일본인의 소울푸드라고 여기며 화려하지 않아도 한 끼 식사를 소중히 할 수 있는 식당을 열고 싶어 핀란드로 왔다. 40대의 미도리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인생을 살아오다 늙은 부모의 요양원행과 직장의 파산을 계기로 내키는 대로 핀란드로 왔다. 50대의 마사코는 모시던 부모의 죽음 이후, 핀란드의 ‘아내업고 달리기 경주’에 이끌려 왔다.

그들은 막상 핀란드로 왔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거나, 여행 가방을 잃어버린 낯선 여행자였다. 그들은 사치에와 같이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 되어간다.

 카모메식당의 미덕은 음식의 맛에 있지 않다. 들고 남에 있어 편한 분위기와 따뜻한 한 끼의 밥이 그 미덕이다.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 핑계 저 핑계로 못 가본 식당이 있다. 희망식당이다. 쌍용차 해고자와 투쟁사업장 지원을 위한 희망식당은 다른 식당을 빌려 일주일에 하루만 열었다. 돈을 모으기 위한 일이라면 그냥 모금을 하면 될 터이지만 희망식당은 한 끼 밥상을 통해 연대의 온기를 만들었다.

같이 먹을 수 있는 따뜻한 밥 한 끼가 그리운 시간이다.

 

※ ‘카모메식당’은 영화로 먼저 보았습니다. 소설은 영화에 나오지 않는 배경 이야기도 있어 좋습니다. 둘 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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