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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2

집사람이 속한 터울림 가을굿이 녹번역 부근에서 열리기에 가는 길에 근처 역에서 기간제로 일하고 계신 형님과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고깃간을 하시던 형님은 대형마트에 버티다 가게를 접고, 이삼십대른 버틴 건설현장으로 돌아갔다가 채 삼년을 못하고 관두었습니다. 저와 체질,체형이 완전히 다른 형님이 '더는 힘들어서 노가다 못하겠다.' 하시더군요.

그 뒤 택배, 대리운전 등 특수고용노동을 하시던 형님에게 '지하철에서 기간제를 모집하니 응시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집 부근 차량기지에서 하셔도 되는데 굳이 떨어진 역으로 가신 것도, 소속 역의 아는 분들께 아는체 하지 말라는 것도 막내 동생을 위한 배려였을겝니다.

 

16년 전. 학교도 졸업하기 전, 지하철 직훈을 다니다 걸려 형님과 담판짓던 술자리에서 말하셨습니다.

"지하철공사 생길 때 나도 입사하고 싶었는데, 중졸이라 못했다. 니 뜻은 알겠는데 그러면 노동조합 없는 곳으로 가야하는거 아니냐?"

아무 말도 못한 저에게 그 지적은 풀어야될 숙제이고, 짐이었습니다.

 

"다 그런건 아니지만, 역에서 우리는 투명인간이야."

정규직과 기간제 노동자. 그 간극만큼이나 처음 마음에서 멀어진 제가 두려운 가을날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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