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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행 위원장, 머리띠는 왜 묶었지?

지난 토요일, 대학로에서 민주노총 6월 총력투쟁 선포식이 있었다.

예상보다 적은 수의 노동자들이 모였다. 뭐, 내가 속한 서울지하철도 집행부는 커녕 활동가들도 별로 안모였으니 수를 가지고 말할 처지는 아니다.

 

무척이나 더운 날씨에 아스팔트에 앉아있는 것만도 헉헉되는 날씨였다.

요사이 집회는 비정규직 동지들이 절반 이상을 채운다. 우리 현장을 치워주시는 청소아주머님들도 여성노조에 속해있어서 근처에 가서 기웃거려 봤다. 오늘은 안보인다. 평소에 집회때문에 여의도다, 시청이다 가신다고 새벽같이 나와서 일찍 청소마치셨으니, 지치기도 할테지...

 

어쨋든 집회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민주노총 위원장, 오늘 만명 안모이면 연설하러 안나온댔는데...."

누군가 옆에서 말을 한다. 그러나 사회자는 민주노총 위원장을 소개했다.

"오늘 이자리에 올라와야 되는지 고민 많이 했다."

위원장의 첫 마디이다.

"그걸 뭐 고민하냐? 씨벌. 고민할 게 얼마나 많은데. 올라오기 싫으면 말지. 누가 올라와달라고 사정했나."

예의 그 동지의 일갈이다.

그냥 예민한 비난으로 듣기에 이 말을 한 동지의 성격을 알기에, 그가 얼마나 민주노총에서 힘든지 알기에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며칠 전 이석행 위원장이 현장방문을 왔었다.

3년 전, 광주에서 술과 간칭 가까이 볼 기회는 있었지만, 참 수더분한 분이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그래서 총파업을 남발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하면 정말 세상을 멈출만큼 하자고 한다. 아직 그 실력이 안되서 머리띠를 묶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민주노총 위원장이 머리띠를 풀면 조합원들이 긴장할까?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언론과 신문이다.

 "드디어 민주노총 위원장도 머리띠를 풀렀다."

그들이 말할 것이다. 일부 강성이 문제라고 할 것이다.

투쟁을 조직해야 할 지도부가 투쟁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문제라고 말하고, 현장이 조직되지 않는 것을 진단하고 고쳐나가기 보다는 위기를 재생산하는 것이 문제의 해법인가?

 

우리 현장의 조합원들도 많이 변했다. 신입사원 없이 10년이 흘러갔으니, 그만큼 많이 늙었다.

예전처럼 스패너 땅에 집어던지고 붙기보다는 유연하게 풀기를 원한다. 총회-집회를 하기보다는 간부들이 교섭해서 정리하길 바란다.

그러나, 최소한 민주적인 활동가들이 머리띠를 풀기를 원하지 않는다, 유연한 것도 좋지만, 노동조합 현장간부들이 관리자들에 대해 최소한 만만하게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활동가들이 자신감을 잃고, 관리자들에게 밀린다싶으면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에 곧바로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도 그건 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조직력을 핑계로 해야할 일들을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산하 연맹, 대규모 사업장, 활동가들의 노력이 더 필요하겠지만, 얼마 모이지 않으면 단상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식의 말은 안했으면 좋겠다. 그 더운 날씨에 그 자리에 모인 동지들이 무슨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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